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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호 May 11. 2023

틀밭은 토양을 땅 위로 쌓는 '역발상'이다

틀밭은 유기토양을 땅 위로 쌓는 것이다. 쿠바인의 역발상이다. 1960년대부터 미국 경제봉쇄로 나라 전체가 먹고살기 힘들어졌을 때 쿠바인들은 틀밭으로 위기를 넘겼다. 농자재를 구할 수 없어 퇴비를 만들어 사용한 것이 도시 농업 효시가 됐다. 틀밭 장점은 틀에 있지 않고 토양에 있다. 좋은 토양이 만들어지는 시간을 사는 것이다.


유기토양 1센티미터가 만들어지는데 10년, 길게는 100년이 걸린다. 그러나 수 십 센티미터 유기토양이 들어있는 틀밭은 곧바로 만들 수 있다. 틀을 만들고 거름을 사거나 퇴비를 만들어 채우기만 하면 된다. 만드는데 초기비용과 품이 들지만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박토라고 걱정할 필요도 없고 가뭄이 들었다고 하늘을 원망할 필요도 없다. 2피트(60센티미터) 정도 부엽토를 채우고 그늘을 만들면 아스팔트 위에서도 산삼을 키울 수 있다.


땅을 갈지 않아도 되고, 제초제가 필요 없고, 작물이 건강하여 농약을 칠 필요 없으니 자연농법이 저절로 실천된다. 비가 와도 토양이 유실되지 않으니 토양보존에도 기여한다. 


틀밭이라는 말은 스페인어 오가노포니코스(Organoponicos)에서 왔다. 오가노는 유기농업(Organic)이라는 뜻이고 포니코스는 수경재배(Hydroponics)라는 뜻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수경재배는 아니지만 틀밭에 물을 주는 시스템이 점적 관수(Drip irrigation: 물을 한 방울씩 떨어지게 하는 관수시설)라서 수경재배라는 용어를 차용하게 됐다. 


나는 틀밭 높이를 2피트 정도로 만든다. 작물에 따라서 높이는 다양할 수 있으나 깊을수록 좋다. 나는 꽃과 채소, 나무를 섞어 심기 때문에 그 정도 깊이로 한다. 좋은 토양이란 물 빠짐이 좋고 양분이 많은 흙이다. 산의 부엽토가 좋은 흙 표본이다. 수 십 센티미터 깊이의 유기토양을 지표 아래로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틀을 높게 만들면 산 흙과 같은 유기물이 풍부한 토양을 쉽게 만들 수 있다. 


틀밭의 높이가 높으면 후굴컬처(Hugelkulture) 식으로 나뭇가지와 부엽토를 섞어서 만들면 땅심을 좋게 할 수 있다. 화단을 단번에 산 흙처럼 만들 수 있다. 좋은 토양이 만들어지면 시간이 지날수록 위력을 발휘한다.  


'기적의 사과'를 재배하는 기무라 아키노리 씨는 농약과 살충제로 찌든 과수원 땅을 자연상태로 복원시키는데 10년이 걸렸다. 농약과 비료 없이 키운 사과는 썩지 않는 사과로도 유명하다. 땅을 살려내서 기적을 일구었다. 땅은 식물이 뿌리를 지탱하는 데 사용한다. 식물이 필요한 것은 땅이 아니라 유기성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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