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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부라더스

공주여 용기를 내봐

by 조용해

그의 두 번째 소설 그러나 나에게는 그의 첫 번째 소설인 <연적>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의 첫 번째 작품을 손에 넣었다.

음... 평가를 유보한다.


적어도 몇 분쯤은 유보하는 예의를 차려본다.


원래는 되게 좋아야 하는데... 뭔가 자기 복제의 부스러기를 보는 듯한 익숙함. 뭔가 <기욤 뮈소>스러운 내가 달가워하지 않는 어떤 것이 씹히는 맛이라고나 할까...

처음 손에 잡아서 한나절 만에 다 읽기는 했다. 팩트로 보면 잡아서 쉬지 않고 읽힌 것으로 보면 재미있다는 건데 사실 재미보다는 어디서부터 재미있어지려나 하는 갈증 덕에 원하지 않고 주르륵 마셔버린 거다. 스토리텔링은 너무나 간단해서 민망스러운 한 가지 주제로 여러 등장인물을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 채로 들어맞기는 했다. 이미 제목에서 날린 스포대로 루저들의 루저스러운 어눌한 일상. 거기서 몇 발자국만 더 가줘봐...라고 나는 응원했어야 했나?

루저들의 성공기를 보자고 당신 글을 읽은 건 아닌데 원래... 루저들이 성공하지 않았어도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우리 모두 루저로 남지 않을 수도 있었을 좋은 기회인데...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하고 연극으로 만들어진다고 하여 음... 이 부분의 연극상 연줄은 이렇게 되겠군 이런 장면에서는 이런 무대 장치가 쓰이겠군... 이쪽이 훨씬 흥미로울 만큼. 그렇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잠이나 실컷 잘 일이지 성추행하는 왕자를 만나 그를 신고하지 않고, 느닷없이 깨어나 그와 행복했다네?? 신데렐라가 칠칠맞은 성격 탓에 나이트에서 돈 많은 왕자를 하나 물어 그녀 또한 행복한 척하며 떠났다네 식의 스토리보다는 라푼젤이 지머리를 가위로 싹둑 자르고 자기힘으로 성에서 밧줄을 타고 당당히 내려와 주길, 인어공주가 물거품으로 청승을 떨지 않고 자기 가치를 몰라주는 왕자일랑은 한큐에 잊어주고 고향으로 돌아와 같은 물의 인어 총각 하나를 물어 지지고 볶고 남들처럼 살아주길... 한번의 죽음의 고비를 넘긴 백설공주가 더이상 이쁜이로서가 아닌, 왕자도 한 남자로만, 일곱 난쟁이 하나하나와 찐하게 여덜번의 연애기를 썼다면? ... 내가 이상한 거지?


어떡하지 나는 그의 세 번째 장편소설도 읽을 생각이었는데? 더 실망하기 전에 여기서 그만둘까? 끝까지 가서 종지부를 찍을까? 더 지켜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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