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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시를 쓰는 은교...

by 조용해

영화도 충분히 좋았다. 그런데 <이동진의 빨간 책방>에서 재밌다길래 읽어 버렸다. 나중에 작가의 말에 밤에 썼으니 부디 밤에 읽어달라는 말을 미리 읽기라도 한 듯 밤에 시작해서 아침에 끝냈다. 밤내내 읽은 것은 아니고 밤에 대부분 읽었고 남은 부분을 아침에 끝냈다. 확실히 아침에 읽은 부분은 별로다. 이불킥은 이불킥끼리... 유유가 상종이다.


은교는 계속해서 김고은으로 연상되었다. 이 부분은 좀 아쉽다. 애초 영상을 보지 않아야 더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데... 그런데 이적요, 노교수는 박해일을 지울 수 있었다.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박해일은 박해일 대로 좋다. 다른건 다른거다. 영화는 담을 수 없는 많은 서사들이 왜 노인이 아이를 사랑하는 것이 말이 되는지에 대해서 잘 담겨져 있었다. 영화에서도 그 부분이 잘 그려져서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던 참인데 책에는 더 많은 수긍이 갔다. 책은 영화보다 더 관능적이고 감각적이었다. 작가 자신은 책에서 서지우와 노교수가 서로 사랑했다고 은교의 입을 통해 여러 번 말하지만, 때로는 작가도 모르게 인물들은 자신의 인생을 산다. 작가는 그러고 싶었나 보다 작가와 작가 지망생과의 사랑, 그 곁에 은교. 그러나 나는 그들이 서로 사랑했다고는 보이지 않았다. 은교의 말 이외에 어떤 것도 그것을 말하고 있지 않았다. 가끔 서지우가 사랑하는 나의 선생님이라고는 하나 그것은 빛깔이 다르다. 작가가 책을 내는 순간 작품은 더 이상 작가만의 것은 아니다. 내게 읽히는 것 그것은 내 영역이다. 독자의 영역인 것이다.


이적요는 첫사랑을 제대로 해볼 수 없었다. 그것이 나중에 은교와 오버랩되었고 너무 늦게 만난 탓에 은교는 더 이상 가질 수 없는 이상향이 되었다. 영화에서는 노인 혼자서 애태우는 것으로 나오지만 소설에서는 은교도 노인을 사랑한다. 이 부분이 좋았다. 영화가 선입견을 배제하지 못하는 시선을 남겨둔 채로 이야기를 진행했다면 소설은 그것을 걷어냈다. 과감하지 않게... 그 점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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