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서방들의 아방가르드
때로 태생적으로 타고난 비운과 치명적 아름다움이 만나면 그 시너지가 대단하여 한 사람의 인생을 삼켜버리곤 한다. 아니, 이런 경우는 <시너지>라기보다는 <아다리>라고 해야 더 어울릴 것이다. 마침 일본 소설이고 일본인의 오버스러운 제스처와 그에 걸맞은 소설의 설정은 그것을 극대화하는데 아다리가 맞아주어 아주 극적으로 그 타협의 이중주를 유감없이 보여 준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예쁜 것들은 팔자가 쎄다'.라는 사실을. 세상은 아름다운 것은 가만두지 않는 속성이 있다.
애초 아름다운 데다가 감수성까지 예민하면 그의 인생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 금홍이의 기둥서방인 이상이 이미 그보다 10년 전 <날개>를 써가며 시연해 주셨다. 이상과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의 주인공은 폐결핵부터 그가 전전했던 사상교육, 술과 여자로 찌든 생활까지 샴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단지 그 둘의 차이는 한쪽은 짧고 굵게 한쪽은 왜색을 풍기며 여러 번 요란하게 나누어 그 실격됨을 보여 주었다는 데 있다.
인간에게 격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할까? 그러기에 실격이라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전제인데 말이다. 누가 실격이고 누가 합격인가? 인간에게 격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순간 이 이분법 안에서 인간은 미쳐간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살짝 미친 채로, 이미 생을 달리 한 사람은 더 이상은 이런 광기를 두고 볼 수 없어서 선택을 한 것뿐이다. 차라리 그에게 날지 못하는 날개를 달아주어 날려 보내는 편이 덜 잔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