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루 Feb 27. 2022

아들아, 적자생존이다!

기억력 나쁜 아들을 향한 시어머니의 외침

올해는 우리 둘째 아이와 친구의 첫째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다.

우리는 이미 첫째 아이 때 주변으로부터 많이 챙겨 받았기 때문에 둘째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외려 첫째 때 받아놓고서는 우리가 챙기는 걸 잊은 사람은 없었는지 노심초사했을 뿐!

기억날 때 하지 않으면 그대로 잊혀지는 경우가 많아, 우리는 이미 1월에 챙겨야 하는 사람들을 다 챙겨주었다. 남편이 내게 한꺼번에 돈을 주고, 내가 챙겨줘야 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보내는 방식으로... 그리고 받은 이의 감사의 말까지 남편에게 다 전달하며 소통을 했다.


  어제 늦은 오후, 깨톡 송금 봉투가 내게 도착했다. 올해 첫 아이 입학을 하는 친구 부부가 우리 집 둘째 입학 선물로 보낸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선물에 당황스럽기도 했고, 남편도 알아야 할 것 같아 얼른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OO이네가 우리 둘째 입학한다고 돈을 보냈네~"
아이고, 안 보내도 되는데... 그런데 잠시만, 그 집 첫째 딸이 올해 학교 들어가던가? 우리도 챙겨줘야 하는 거 아니야?"

마치 컴퓨터 메모리에 저장해놓은 듯한 기억력을 자랑하던 남편이 오류를 일으켰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비상금 축적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평소 내게 기억 못 한다고 면박을 줬던 것에 대한 대갚음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인가? 짧은 순간에 여러 생각들이 엉킨다.

어머! 이왕 챙겨줄 거면 날 주라! 그 집 애는 이미 챙겨줬는데 나한테 또 줘도 괜찮아"
그뤠에?"
응! 신랑아, 갑자기 왜 이래? 설마 결혼했다는 건 기억하지?"
그뤠에?"

남편의 반응이 예상됐으면서도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래서 미우나 고우나 오손도손 사나 보다.


오늘 일을 시어머니와 통화하며 말씀드렸더니 꽤 심각하게 받아들이시며 말씀하셨다.

"마흔 넘었다고 기억력이 그렇게 나빠지면 어떡하니! 요새는 적자생존이니 무조건 적으라고 해! 적어놔야 나한테 부조, 조의한 사람 안 잊어버리고 잘 챙길 수 있지!"

"아, 적어야 해서 '적자생존'이에요?"

" 응!"

어머님의 말씀에 또 한 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제는 적자! 적자생존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