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웨딩촬영을 하면서 많이 느꼈다. 나는 정말 잘 못 웃는다. 촬영 후 받은 사진을 보면서 여자친구는 일부 사진에서 내가 웃는 게 아니라 고통스러워하는 듯한 표정인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로 얘기했다. 그 얘기를 듣고 민망하면서도 예전부터 고질병처럼 내 머릿속에 잠겨있던 생각이 다시 한번 표면 위로 떠올랐다.
'나는 웃는 모습이 예쁘지 않아'
웨딩촬영을 위해서 무엇보다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이 '웃음'이었다. 가장 좋은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누구보다 환하고 밝게 웃어야 했지만 자연스럽게 웃음 짓는 것이 너무 자신 없었다. 이런 생각은 어릴 때부터 소리 없이 쌓여 온 것이라 평소에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웃어야 하는 상황이 생길 때 마음속 어딘가 불편함이 생길 정도로 존재감이 커져있었다.
고등학교 때, 몸무게가 90kg 나갈 정도로 살이 쪘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학교 와서 살을 20kg 정도 빼고 나서야 그때 내가 정말 많이 살쪄 있었구나 깨달을 정도로 둔감했었다. 교실 뒤편에는 어디나 그렇듯이 큰 거울이 걸려있었는데 어느 날 친구들과 농담하면서 웃다가 건너편에 있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때 든 생각이 바로 이것이었다.
'어후, 저게 누구야? 내가 웃는 모습이 저렇다고? 너무 이상한데?'
고등학교 친구들 중에 내 웃음에 대해서 언급한 사람은 없었다. 아무도 나의 웃는 모습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았는데 나만 스스로 느낀 생각에 사로잡혀 한동안 웃기가 어려웠었다. 웃을 때는 다른 세상에 떨어져 가는 느낌이었다. 갑자기 꽂힌 이 생각은 한동안 상처에 박힌 유리조각처럼 웃는 상황이 생김과 동시에 떠올랐다. 내가 느낀 이상함을 다른 사람도 느낄까 봐 불안했다. 다른 사람들이 웃는 건 괜찮아 보이는데 내가 웃는 표정은 뭔가 심하게 구겨지고 어색하고 못생겨 보이던지... 시간이 지나면서 상처는 아물었지만 유리조각은 빠지지 않고 그 속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지금은 그때만큼 웃음에 대해서 신경 쓰진 않지만 가끔씩 흑역사가 떠오르면 폭발적으로 터지는 부끄러움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유리조각 같은 그 생각이 쿡쿡 쑤시면 온갖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웨딩촬영을 하면서 여자친구가 같이 웃는 것과 포즈를 연습하자고 했었는데 슬쩍 넘어간 것도 이런 생각 때문이었다. 평소에는 여자친구 앞에서 농담도 하고 재미있는 것을 보면서 웃기도 했는데 막상 거울을 마주 보고 웃으려니까 나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상상되어 불편해졌다. 그래도 인생의 큰 이벤트 중 하나인 웨딩촬영에서는 잘 나오고 싶은 욕심이 있으니 연습은 해야 했다. 샤워할 때마다 앞니 8개가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도록 입꼬리를 손가락을 당기고 볼을 힘껏 올려보지만 찌그러진 감자 같았다. 웃자, 웃어보자, 몇 번이고 다짐하고 거울을 바라보고 민망해서 다시 얼굴을 돌리고를 반복했다. 이번 웨딩촬영 준비에서 만큼은 웃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었다.
촬영을 마치고 받은 원본 파일을 받고 웃는 내 모습을 보니 여자친구의 말이 계속 생각난다. 요즘 아침 출근길에 루틴을 하나 만들었다. 억지로라도 웃으면서 일정 거리를 걷기. 다행히 마주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경로라 큰길로 나가기 전까지 씨익 웃으면서 걸어봤다. 일찍 일어나서 도시락 싸느라 피곤했던 마음이 조금 밝아지는 느낌이다. 억지로 만든 웃음이라 해도 하루의 시작이 기분 좋으니 된 것 같다. 웃음 연습을 더 많이 해봐야겠다. 웃는 게 전보다 쉬운 일이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