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연일 30만명 가까이 되는 코로나 확진자의 여파가 내가 다니는 직장에도 몰아쳤다.
1층 약제과에서 일하시는 선생님의 아드님이 코로나 양성이 나와서 선생님까지 일주일 간 의도치 않은 휴가를 가셨다. 그래서 내가 그 업무를 대신하게 되었다. 월요일 출근하자마자 들은 이 소식은 결코 나에게 있어서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곧 있을 감사 준비 때문에 머리가 아파오는데 해야 할 업무가 더해지다니 자연스럽게 불평불만이 터져 나왔다. 40분 정도 걸리는 출근길을 운동삼아 걸어 다니면서 활력을 찾아가는 게 하루 버티는 힘이었는데 사무실에 도착해서 이런 소식을 듣고 힘이 쭉 빠졌다. 약제과 안에서 나의 업무는 말하기 어려운 복잡한 상황 때문에 다른 사람이 대신해줄 수가 없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업무는 내가 다 할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빠지면 그 사람의 일을 내가 업무 대리를 할 수 있지만 내가 해야 하는 일도 같이 해야 하는 게 답답한 것이다. 한두 번은 돕자는 마음이 크지만 길어지게 되면 부담감과 함께 억울한 마음도 커진다.
누가 봐도 불만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한창 바쁘게 일하고 있는데 바로 앞의 원무과에서 일하시는 계장님께서 잠깐 시간이 나셔서 약제과 상황을 물어보셨다. 약제과에서 일하시다가 원무과로 이동하셔서 약제과의 상황을 잘 알고 계셨기에 1층 선생님이 나오지 않고 내가 일하는 것을 보시고 일이 힘들겠구나 어느 정도 파악하신 것 같았다. 원무과도 우리와 상황이 비슷했다. 원무과는 무려 두 명이 가족 중에서 코로나 양성이 나와 자가격리를 하고 있었다. 총 4명이 일하는 곳에서 두 명이 빠져 절반의 인원으로 한다는 말을 듣고 내가 불만을 말할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간호과에서도, 진료부에서도 간호사 선생님과 한의사 몇 분이 코로나 양성이 나와 급하게 귀가했다. 안 그래도 병원 사정으로 근무인원이 점점 축소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오니 남아있는 사람들의 피로도가 점점 쌓여간다.
2021년 올해의 사자성어 2위로 추천된 인곤마핍(人困馬乏)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뜻으로서 삼국지의 유비가 긴 피난길을 떠나며 ‘날마다 도망치다 보니 사람들이나 말이나 기진맥진했다.’라고 한 이야기에서 유래된 말이다. 코로나 19를 막기 위해, 또한 피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피곤해 한 한 해였다. 이 병원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다른 모든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누굴 탓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럴 수도 없다. 고의로 일어난 일도 아니고 어쩔 수 없는 팬데믹 현상이니까. 몇 사람의 공석으로 어긋나게 되는 톱니바퀴가 제대로 돌아갈 순 없다. 그 구성원 안에 내가 있기에 어쩔 수 없이 나 자신에게 과부하가 걸리는 게 아닌가 싶다. 보통은 뒤척임도 거의 없이 얌전히 자는 나였지만 요즘은 자는 중간에 깰 때가 많고 무의식 중에 뭐가 그리 답답한지 끙끙거리면서 힘들어하는 때가 많아졌다. 모두가 힘든 시기에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지만 배려라는 말로 커버하기에는 버티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나보다 더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알기에 속에서 소심하게 불타오르는 화를 손바닥에 담긴 작은 물 같은 이성을 뿌려 식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