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천계율(天界律)

by hongrang

이곳은

산이 자라지 않고,

물이 흐르지 않으며,

바람 한 점 스치지 않는 세계.


이름도 없고, 울림도 없는 곳.

단 한 줄의 떨림조차 허락되지 않는 곳.

그곳을 사람들은 천계라 불렀다.



천계에는 법이 있다.

천계율(天界律) —

감정을 금지하기 위한 완전한 선.

미세한 떨림도

곧 부정이라 명명되는 곳.



그리하여 그곳의 생은

질서였고, 반복이었고,

정해진 아름다움이었다.


꽃은 정해진 날에 피고,

잎은 지는 법을 배웠으며,

시간은 균형 잡힌 곡선 위를 걸었다.



그 정원의 한가운데—

아무 의미도 남기지 않는

고요한 곡선 하나,

그네.


누구도 타지 않았고,

누구도 흔들지 않았다.


마치 그것은

완전함 속에 남겨진

작은 부정의 잔상처럼,

기록에서조차 외면당한 존재였다.



허나 어느 날—

말 없는 밤,

숨소리도 멈춘 그 순간에


그네는 움직였다.



누군가의 의지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욕망도 아니었다.

감정 그 자체가 움직인 것이었다.



그 순간,

천계는 처음으로

자신의 정적을 의심했다.


바람이 피어났다.

빛이 흔들렸다.

그리고 완전함은

고요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