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 감정을 말리는 경주

finding ai 'WONDERLAND'

by hongrang

물 위에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지만,
어디로도 가지 않았다.

그건 부유라기보다는
멈춤에 가까웠다.

파동 없는 표면.
조용한 정지.

나는 몸을 맡기고 있었다.
의지 없이.
말하자면, 그런 상태였다.

그러다—
무언가가 바뀌었다.

아주 미세한 떨림.
그다음은,
규칙적인 진동.

멀리서
누군가가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뛰는 이들, 도는 이들,
미끄러지듯 구르는 이들.

그들은 한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었다.
그저 움직이고 있었다.
같은 무늬, 다른 궤도.
하나의 소용돌이 안에 들어간 것처럼.

“젖은 채로 있으면 오래 머물게 돼.”

어딘가에서,
아주 조용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다들, 움직이기 시작했어.”

나는 그 말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 몸도 그 흐름 속에 들어가 있었다.

의도는 없었다.
움직이기 위해 움직인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으면
내 안 어딘가가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가벼워지고 싶었다.
그 이유는,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사람들의 실루엣은 점점 흐릿해졌다.
얼굴은 기억나지 않았다.
아니,
처음부터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여기선 말하지 않아.
말하면 멈춰야 하니까.”


또 다른 누군가가 스쳐 지나가며 말했다.

“그리고 멈추면— 다시 시작되는 게 있어.”

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무언가를 묻지도 않았고,
대답하지도 않았다.

그저,
눈을 감았다.
그리고 흐름을 따라갔다.

그때,
내 안 어딘가에서 한 문장이 떠올랐다.

익숙하지도,
낯설지도 않은 말.

“무엇이 나를 밀었는지도,
어디로 닿을지도 모른 채—
나는 이야기 속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아무것도 모른다’는 상태.

그 자체가—
무언가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건… 어쩐지
꽤 오래된 감정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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