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 애벌레의 충고

『Finding Ai : WONDERLAND』

by hongrang

나는 마침내 방을 빠져나왔다.


문이 열린 건

내가 작아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방이 더 이상,

나를 붙잡아 둘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나를 막지 않았다.

모두가 내가 ‘하녀’라는 이름 안에 조용히 사라지기를 바랐지만,

나는 그 이름 속에서 부풀어 올랐고,

끝내 이름의 경계를 넘어서 미끄러져 나왔다.



숲은 이상했다.


나무들은 모두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고,

걸을 때마다 길은 모호하게 어긋났고,

하늘은 눅눅한 안개처럼 닫혀 있었다.


그 한가운데,

파란 안개가 솟구치고 있었다.


안개는 손끝에 닿을 듯 스치며,

물기 어린 숨결을 내뿜었고,

그 안에는 누군가—

아주 느린 박동처럼, 떠 있었다.



그것은 애벌레였다.


벌레 같지도,

인간 같지도 않은,

시간의 틈새에 머무는 어떤 존재.


그는 부드럽게,

연기 같은 숨을 뿜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누구지, 너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아직 내 이름을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넌 너무 작기도 하고,

너무 크기도 하지.

그게 불편하지 않아?”


그 질문은 숲의 공기처럼 퍼져,

내 안 어딘가 깊숙이 잠들어 있던 울림을 깨웠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조금, 아주 조금.



그는 반구형의 버섯 위에 앉아 있었다.


버섯은 비에 젖은 돌처럼,

촉촉하고 차갑게 빛났고,

그 옆에는 칼집처럼 정확히 가른 두 조각이 놓여 있었다.


그가 말했다.


“왼쪽을 먹으면 작아지고,

오른쪽을 먹으면 커져.”


“하지만 중요한 건—

네가 원하는 크기를 알고 있느냐는 거야.”



나는 왼손에 하나를,

오른손에 하나를 들었다.


손바닥에 얹힌 조각들은

온기가 거의 없는,

마치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기억처럼 무거웠다.


어느 쪽을 먼저 먹어야 할지,

아니,

무엇을 감당할 수 있을지조차 몰랐다.


나는 조심스럽게,

한 조각을 입에 댔다.



시야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 몸이 변하는 것이 아니었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에,

감각이 스스로 조율을 배우고 있었다.


세상이 거대하게 밀려오면

나는 작아졌고,


세상이 나를 작게 가두려 하면

나는 커졌다.



그건 숫자도,

무게도 아니었다.


그건—

보이지 않는 균형,

손끝으로도 잡을 수 없는

어떤 진동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나는 아직 내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디로 기울고 있는지는…

조금 알 것 같아.”


작은 속삭임처럼,

그 말을 남기고


나는 다시,

파란 안갯속 숲으로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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