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 돼지와 후추

『Finding Ai : WONDERLAND』

by hongrang

문이 열리자마자

숨이 막혔다.


공기는 무겁고,

빛은 탁했고,

무언가 날카로운 감정이

내 어깨를 지나쳐 흩날렸다.


소리는 온통 뒤섞여 있었지만,

그 안엔 분명—

화가 난 누군가의 떨림이 섞여 있었다.



방 안은

정리되지 않은 마음의 안쪽 같았다.


기괴하게 웃는 요리사가

소리를 지르며 냄비를 휘둘렀고,

접시는 부서졌고,

공기엔 후추가 가득 떠 있었다.


모든 요리가

무언가 지나치게 첨가된 것처럼 보였다.


나는 눈을 감고, 속삭이듯 말했다.


“이건… 숨이 안 쉬어져.”



그때,

후추구름을 헤치고

공작부인이 나타났다.


그녀의 팔에는

작은 아이가 안겨 있었는데—

그건 처음엔 분명 아기였지만,

눈을 다시 떴을 땐

낯선 형체로 뒤틀려 있었다.


“얘 좀 맡아줄래?

난 여왕의 경기장에 가야 하거든.”


나는 대답도 못한 채

그 아이를 안게 되었다.



그 아이는 울지 않았다.

그저, 숨을 깊게 쉬었다.

그리고 그 숨결 속에서

이상하게 비틀린 감정의 조각들이

내 팔을 타고 스며들었다.


나는 조용히 문을 나섰고,

바깥공기가 얼굴에 닿는 순간,

알아차렸다.


내 품 안의 존재는

더 이상 아기가 아니었다.



작은,

조용한 돼지였다.


나는 멈춰 섰다.

내 손 위에서,

무언가 오래된 감정이

형체도 없이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이건… 너무 지나간 감정의 잔재야.”


사랑도, 분노도, 슬픔도 아니었다.

누군가 다 감당하지 못하고

남겨둔 채 떠나버린—


그런 무게 없는 것.



나는 돼지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것은 나를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숲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아무 말도,

아무 감정도 없이.


그저,

버려진 조각처럼.



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깨달았다.


감정은,

가득 차는 것도 위험하지만

그대로 남겨지는 것도—

아주 위험하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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