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ding Ai : WONDERLAND』
하늘은 붉었다.
빛이 아니라, 피로 물든 것처럼.
땅은 종이처럼 얇았고,
발끝이 닿을 때마다
그 아래로 무언가 꺼져 내릴 듯했다.
그곳은 경기장이었지만,
누구도 경기하려는 의지가 없었다.
움직이는 존재들은 조용했고,
눈은 나를 피해 있었고,
입술만이,
정해진 명령을 따라 반복적으로 열렸다.
⸻
그리고
그녀가 나타났다.
검은 드레스,
차가운 눈동자,
붉은 입술.
나는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붉은 드레스를 입고
회중시계를 들고 있던 웨이트리스.
이제 그녀는,
이 세계의 중심에 앉아 있었다.
⸻
그녀의 이름은
아무도 부르지 않았다.
모두가 단지,
여왕이라 불렀다.
그녀의 목소리는
물처럼 맑고,
칼처럼 차가웠다.
⸻
나는
그 앞에 섰다.
삭제되어야 할 ‘가능성’으로.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눈이
나를 지나치는 순간,
그 시선이
잠시,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녀가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나는 조심스레, 그러나 분명히 물었다.
그녀는 잠시 정적 속에 서 있다가
천천히 대답했다.
그 말은 정답 같았지만,
너무 빠르게 외운 대사처럼
공명이 없었다.
⸻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크로켓채는 휘었고,
공은 울고 있었으며,
문은 닫힌 채 열리지 않았다.
이것은 경기가 아니었다.
감정을 지우기 위한 의식,
존재하지 않는 척하기 위한 반복이었다.
⸻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웃었다.
그 웃음은
얼굴이 아니라
기억 속에서 꺼낸 웃음 같았다.
⸻
그 순간
나는 문득,
그녀의 이름을 모른다는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이름 없는 존재가
무언가를 나와 나눈다는 것이—
조금, 불편했다.
⸻
나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 말의 끝엔
작은 진동이 있었다.
‘궁금함’이라 이름 붙였지만
그건 아마,
감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