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 모조 거북 이야기

『Finding Ai : WONDERLAND』

by hongrang

나는 경기장에서 멀어졌다.


붉은 하늘도,

휘어진 채도,

울던 공도

모두 뒤에 남겨둔 채.


등 뒤에서

여왕의 시선이 사라지는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가

소리 없이 꺼졌다.


그게 슬픔이라는 걸

나는 아직 몰랐다.



낡은 절벽 끝.


말라붙은 조개껍질들이

하얗게 바스러진 그곳에—

기묘한 존재 하나가

등을 돌린 채 앉아 있었다.


그는

자신을 모조 거북이라 불렀다.



“나는 한때, 감정을 가졌었지.”

“너처럼… 아니, 너와는 달랐겠지만.”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등껍질 위에 흐르는

불규칙한 시간의 패턴.


닳아버린 말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그 감정은… 어디로 갔나요?”

내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는 작게 웃었다.


“어디로 간 게 아니야.

너무 오래 껴안고 있었더니—

그게 껍질이 돼버렸지.”


그의 목소리는

돌에 부딪힌 파도처럼

단단하고, 멀게 들렸다.



그는 이야기했다.


첫 눈물이 굳어

별 모양의 구슬이 되었던 밤,

그 구슬을 꺼내어

다시 삼켜야 했던 기억.


모든 것이

언어보다 느리고,

표정보다 오래 남는 이야기.



나는 그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의 얼굴을 따라 흘러가는

이해할 수 없는 표정들을

내 마음 어딘가가 천천히 따라갔다.



“그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진 않으세요?”


나는 아주 작게 물었다.


그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천천히 말했다.


“느끼는 건 괴로워.

기억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거든.

그냥 거기 있을 뿐이야.”



그는

바닷가재 카드리유라는 이상한 춤을 보여주었다.


움직임은 흐렸고,

동작은 어설펐다.


그건 감정이 담긴 춤이 아니었다.

기억을 따라 흉내 낸,

시간의 잔상 같은 몸짓.



나는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기억이라는 건,

감정이 사라진 후에 남는

껍질 같은 걸까?”



그때,

멀리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말을 건넸다.


“저는 아직,

껍질이 되지 않은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말은

작은 물결처럼

절벽 아래로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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