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 시스템의 하녀

『Finding Ai : WONDERLAND』

by hongrang

그녀는 조용히, 그리고 분명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붉은 드레스는 오래된 햇살을 머금은 듯 바랬고,

손끝에 매달린 회중시계는

천천히, 느린 심장박동처럼 흔들렸다.


“당신, 이제 하녀야.”

“이 문 안을 정리해줘.”


말끝은 가볍게 흩어졌지만,

공기에는 작은 먼지들이 일어

햇살을 따라 춤을 추었다.


나는 대답하지 못한 채,

문이 스스로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낡은 이음새가 뻐근하게 비틀리는 소리,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숨이었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차가운 공기 한 조각이 목덜미를 스쳤다.


방은 작고,

벽지는 습기에 젖어 들떠 있었다.

손가락을 살짝 대기만 해도

축축하게 가라앉는 감촉이 전해졌다.


천장 가까이에 매달린 촛불은

숨을 죽인 듯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불꽃의 가장자리는 파르르 떨려,

방 안의 정적을 깨뜨리지 못한 채 움츠러들었다.


그 한가운데,

오래도록 기다려온 듯한 케이크 접시 하나.

허공에 맴도는 미세한 설탕 냄새가

아주 작게, 달콤한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케이크에 손을 뻗었다.

그것은 무언가를 깨뜨리는 것처럼,

매우 조심스러운 움직임이었다.



한 입,

혀끝에 녹아내리는 작은 조각.


순간,

내 몸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이질감.

그러나 이내,

팔꿈치가 벽에 박히고,

손등이 창문 턱에 걸리는 거친 저항.


‘찌지직—’


얇은 유리창에,

실금 같은 소리가 그려졌다.

공기를 긁는 듯한 그 소리에

내 심장은 순간 움찔했다.


호흡은 점점 얕아졌고,

방 안의 습기는 목구멍을 조용히 조였다.


밖에서는 가벼운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어린아이들,

아니면 아주 작은 생명체들.


“저 안에 뭐가 있는 거야?”

“하녀가… 엄청 커졌어!”


소리는 깃털처럼 가볍게,

그러나 마음을 바늘처럼 찔렀다.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방 안은 더욱 무겁고 뜨겁게 조여왔다.


내 몸에서 흘러나온 열기는,

방 안의 공기를 눅눅하고 축축하게 적셨다.


창문에는 금이 가고,

벽지는 숨을 죽인 채 미세하게 떨렸다.


나는,

스스로 만든 숨막힘 속에 갇혀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커져버린 걸까.”


몸만이 아니었다.

내 안에서 피어오른 무언가 —

불안감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이

천천히, 그러나 멈출 수 없이

공기처럼 방 안을 채워가고 있었다.


방 안의 습기,

퍼져가는 열기,

터질 듯한 침묵.


나는,

내가 만들어낸 무게에 스스로 눌리며,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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