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ieker Mar 14. 2024

고등학생들에게 미안해지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 한다. 그러나 벌레를 잡기 위해 다른 아기 새들 보다 조금 더 일찍 조금 더 일찍 일어나길 강요 하다보면 아기 새들은 성장하지 못할 것이다.      


평소 개인승용차로 출퇴근을 하였으나 오송에 위치한 보건복지부 인력 개발원교육에 참석하기 위해 오랜만에 이른 아침 시간 마을버스를 탔다. 버스를 가득 메운 승객들은 등교중인 고등학생들이었다. 


헤드셋을 끼고 음악 듣는 아이, 조는 아이, 두 손 꼭 잡고 아침부터 연애 중인 아이... 이 아이들이 지금 이렇게 새벽부터 어른들이 만들어 시스템대로 덜 깬 몸을 추슬러 학교에 가는데, 그 시스템만 믿고 따르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난 미안해진다.      


지금 어떻게 행복할 것인지 배우고 생각할 수 있어야 미래에도 그 행복을 놓치지 않고 잡을 텐데. 불투명한 미래의 행복을 위해 아이들이 지금의 행복을 포기하게 하는 야만을, 포기하지 못하는 어른들이 반성해야 한다. 미안하다.


2013.12.02. 


P.S 지금 이 글을 옮겨적는 날은 약 10년이 지난 2024녀 3월이다. 그 사이 어린이집에 다니던 딸이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동생은 중학생, 초등학생이다. 제목을 바꿔야겠다.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해 지는 아침"으로..

이전 01화 행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