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법규 위반에 대하여
2021년 10월 1일부터 이륜차 교통법규위반 집중단속이 시작됐다. 나날이 성장해가는 배달 시장과 더불어 도로에 많아진 오토바이, 그리고 욕심과 시간 사이의 분투 속에 늘어만가는 이륜차의 교통법규 위반에 사람들의 원성은 높아져만 갔다. 나 또한 누군가 그동안의 교통법규 위반에 대해 얼마나 떳떳한가 묻는다면 부끄러움에 얼굴을 가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배달 커뮤니티에서도 단속은 늘 뜨거운 감자인데, 보통 국가가 배달 시장 시스템은 전혀 개선하지 않고 개인의 생업만을 위협한다는 의견과 그럼에도 먼저 자중하고 개선해 나가야만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곤 한다.
나 또한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고 쉬이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결국 끝에 내린 결론은 법규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법규를 치켜야겠다는 다짐의 처음은 타인을 위함이 아닌 지극히 이기적인 마음에서이다. 교통법규 위반을 단속하는 것은 결국 위반하는 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일이기도 하다. 배달 일을 하며 욕심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한, 또 불의의 사고의 가능성을 가장 낮추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교통법규를 준수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남을 위한 일과 나를 위한 일은 명확하게 선 그어 나뉘지 않는 것 같다. 분명 얽히고설켜 있다.
그런 마음에서 원칙을 세우니 주변에 경찰은커녕 한적한 밤에도 자연스레 법규를 지키게 된다. 그렇게 조금씩 타인의 시선과는 관계없이 나의 행동을 바꿔갔다. 이제 더 이상 신호 앞에서 눈치 볼 일도, 일을 할수록 돋아나는 마음의 좁쌀 여드름도 없다. 나를 자유로이 하는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구속인 줄로만 알았던 타인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에서 온다는 것을 깨닫는다. 남은 모를지라도 나는 아는 나의 순간들을 돌보고 가꾸어 나가는 일이 내 삶과 사회를 건강하게 일구는 데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이제야 조금씩 알아가는 기분이다.
더불어 법규에 대한 생각이 이런 생각으로 번졌다. 요즘 무단횡단을 하는 이들에 대한 혐오가 오토바이에 대한 미움 못지않다. 물론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고를 보면서 보행자의 잘못을 따지지 않을 순 없겠다. 그러나 그전에 우리가 먼저 물어야 할 것은 보행자가 보행로와 횡단보도에서 안전을 위협받고 있진 않은지에 대한 물음일 것이다. 인도를 보란 듯이 주행하는 오토바이와 자신을 위한 길이 아님에도 비키라며 성을 내는 자전거를 탄 아저씨,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고 신호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를 위협하고 우선하려 하는 차들까지. 보행로가 완전한 보행자의 것이 아닌 현실에서 차로를 완전한 차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또한 차 사이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어린이를 욕하고 부모의 자격을 논하기에 앞서 도로는 물론 어린이 보호구역에 까지 줄지어 주차된 차들의 양심을 먼저 꼬집고 법규 위반을 단속해야만 하겠다. 줄지어 차들이 주차된 차도는 아이들의 눈과 생각에서 절대 차가 다니는 위험한 도로일 수 없다.
타인에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고 평가하며 실수를 욕하는 일은 쉽다. 그 쉬운 일들이 쌓여 우리는 점점 더 편협해지고 잔인해져 가는 것만 같다. 이렇게 자신을 외면한 채 밖을 향하는 시선은 오히려 타인보다 자기 자신을 갉아먹는다. 이제 내게 단속과 법규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타인과 더불어 살기 위해 세운, 그렇지만 내 내면으로부터 비롯된 자신만의 원칙이다. 때로 삶이 팍팍하고 지나치게 잔인할 때도 이 마음만은 절대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