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챙이로부터
배달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사실 이 방식에 따라 배달은 전혀 다른 업무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는 배달원이 직접 콜의 픽업지와 배달지를 보고 선택해서 배달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ai가 최적의 위치에 있는 배달원에게 직접 배차를 해주고 배달원은 수락하거나 거절하는 시스템이다.
첫 번째 방식은 기사가 스스로 선택해서 능동적으로 일을 하게 되지만 크지 않은 배달비 때문에 다량의 콜들을 묶어가기에 마지막 배달지의 경우 음식의 퀄리티가 떨어져 만족도가 크게 떨어지는 단점이 존재한다. 그럼 묶어가지 않으면 되지 않냐 묻겠지만 그렇게 하면 현재의 단가로는 수입이 현저히 줄어 유상운송보험비, 오토바이 소모품비, 주유비를 내면 최저시급과 다름 없어지기에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배달일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물론 어디에나 그렇듯 필요 이상의 욕심을 부리는 사람도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여 배달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플랫폼들은 보통 1인 1배차 콜이 아주 많을 경우 최대 3배차 정도만 가능한 ai 시스템을 내놓았고 기사들을 모으기 위해 운영 초반 많은 프로모션 금액을 지급했다. 내 경우도 이 흐름을 타고 한 플랫폼의 ai 시스템 배달 일을 시작한 것이다.
업무에 대한 간단한 교육을 받고 빌린 일주일에 8만 원짜리 귀여운 스쿠터를 몰고 처음으로 배달원의 신분이 되어 도로에 나섰다. 스케줄 시간이 임박해 업무 온을 하자마자 콜이 울린다. 한 파스타 집으로부터 3개의 콜이 주어졌다. 동시에 이제 막 일을 시작한 내가 걱정되었는지 형에게 전화가 왔다. 이 얘기를 하며 처음이라 부담돼 하나만 줬으면 좋겠다 말했더니 복에 겨운 소리 하지 말란다.
일이 익숙해진 지금에 와 돌아보니 정말이지 운이 좋았던 거다. 콜이 한꺼번에 3개나 주어진다는 것은 픽업지 2개가 생략되어 시간 내에 배달할 수 있는 양이 월등히 늘어나며 동시에 수입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2달여간 일을 하며 콜 3개를 같은 가게에서 받아본 것은 손에 꼽으니 말 그대로 배달 초심자의 행운 그 자체였다.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친절하라."
좋아하는 영화 원더의 대사이다. 신이 있다 믿기보단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에 가까운 종교적 생각을 가진 내 경우(신과 종교 자체를 사랑한다기보다 때로 어떤 신을 믿는 나이 지긋한 종교인에게서 보이는 삶의 숭고함을 사랑한다) 이 말이 신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해보면 그럴 이유가 없어 터무니없는 말로 보이는 초심자의 행운은 당위성과 초월적 힘을 갖게 된다. 그리고 더없이 따뜻하다.
올챙이 적은 정말 세상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며 힘겹기 마련이다. 후불 카드 결제 조차 처음엔 어려워서 안절부절 식은땀이 다 나고 온종일 달고 살던 핸드폰조차 이걸 가지고 일을 하려니 왠지 낯설어지니 말이다. 그러니 이 말이 얼마나 따뜻하고 든든한가. 그저 아직 무르익지 않아 서툰 손길로 힘겹고 어려운 때를 보내는 세상 모든 가능성을 지닌 이를 위해 첫 버팀목이 되어주는 신의 손길이 있다는 게 말이다.
비단 신이 베푼 행운뿐이랴. 일을 시작한 첫날이라니 이 초보에게 맡겨진 자신 가게의 소중한 음식 걱정보단 안전하게 천천히 가라며 웃음으로 격려해주시는 사장님들부터 카드 결제를 할 줄 몰라 자신의 음식이 식어가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보면서도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주신 배려 깊은 손님, 첫 주유에 주유구를 어떻게 여는지 몰라 쩔쩔매는 날 귀찮아하지 않고 친절히 도와주신 주유소 직원분까지. 그 모든 것이 행운이었다.
그러니까 흔히 올챙이 적 기억하라는 말은 어렵고 힘들던 때를 떠올리라는 말이 아닐지 모르겠다. 당신의 처음에도 누군가의 도움과 손길의 따뜻함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너도 그렇게 따뜻하라는 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