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의 옛길을 걷다 #4. June 17( First day)
잉카 트레킹을 시작하는 첫날이다.
새벽에 출발해야 했기 때문에 신경이 쓰여 잘 자지 못하고 새벽에 일어나 짐을 꾸렸다. 한 달 가까이 페루를 떠돌다 보니 한국 음식이 먹고 싶어 져서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한국 민박집에 예약을 해두었다. 그래서 아르마스 광장 바로 옆에 있는 이 호텔은 오늘로 끝이었다. 이 호텔은 아침을 먹은 다이닝룸이 조그맣고 이뻤다.
여행 짐에서 트레킹에 가져가지 못하는 것들은 따로 꾸려서 호텔 프런트에 맡겨야 했다. 4시 반에 로비로 나가서 짐을 맡기고 체크아웃을 했다. 여행사에 묵고 있는 호텔을 알려 주었고, 5시까지 픽업을 오기로 했는데 5시가 한참 지나서야 가이드가 왔다.
호텔 앞에 차를 세울 데가 없어서 차는 아르마스 광장에 있다고 했다. 가이드와 함께 아르마스 광장으로 걸어가사 버스에 탔다. 중형버스에는 이미 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반쯤 자리를 채우고 있었고, 내가 탄 후에도 버스는 쿠스코 시내를 돌며 트레킹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더 태운 후에 출발했다.
이른 새벽이라 버스 안은 무척 추워서 쟈켓을 꺼내 입었다. 쿠스코가 고도가 3000미터에 있는 고산지역이지만 여기 와서 지내는 동안 춥다는 생각은 못했다. 오히려 낮에는 더운 편이었다. 고산이라 등산용 패딩을 가져오긴 했지만, 추위 걱정은 안 했는데, 새벽에 이 정도면 산에서 자면 많이 추울 거 같았다.
오얀땀보 Ollantaytambo에 도착해서 버스가 멈추고 아침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판초를 사기 위해 가게부터 갔다. 판초를 고르고, 추위 대비용으로 알파카 스웨터도 하나 골랐다. 쿠스코 시장에서 알파카 스웨터를 사려고 여러 군데를 돌아다녀 봤지만, 완전히 알파카 털로만 된 것은 비싸기도 하고 관리하기도 힘들다고 하고, 가게에서 보통 파는 것은 알파카 털이 10-15% 정도만 들어있다고 해서 망설이다 사지 못했는데, 지금은 알파카 함량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서 그냥 싼 걸로 하나 구입했다.
여행사에서 지정해준 식당 2층으로 올라갔다. 미국 사람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자리가 비었길래 우리 일행이려니 생각하고 거기 앉아서 너네들은 어디서 왔냐고 싹싹하게 말을 붙였다.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혼자 있는 사람에게는 말 붙이기가 쉽지만 가족이나 그룹으로 다니는 사람들 속에 끼어들려면 뻔뻔함이 필요하다. 미국 애틀랜타에서 친구들끼리 여행을 온 그 사람들과 아침을 잘 먹고 내려와서 버스를 타면서 보니까 그 사람들은 우리 팀이 아닌지 다른 버스에 탔다. 같은 여행사를 통해서 온 다른 팀이었다. 같은 날 출발해서 캠핑장에서 가끔 마주치긴 했는데 그들은 늘 우리 팀보다 늦게 왔다. 신청할 때 산행 경험을 표시했는데, 초보자들과 경험이 있는 사람을 나누어 팀을 만든 모양이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길은 우람밤바 강 Urubamba River을 따라 이어지고 있었다. 길이 끝나면서 버스에서 내렸다. KM82라고 부르는 곳으로 기차역이 있었는데 기찻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트레킹을 시작하기 위해 배낭을 정비했다. 등산용 스틱을 가져갔는데, 페루 국립공원에서는 자연보호를 위해 스틱의 꼭지가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한쪽을 잃어버려서 기차역 앞 가게에서 하나를 구입했다.
기차역을 지나서 우루밤바 강을 건너서 좀 가자, 트레일 입구가 나타났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같이 모여서 단체사진만 찍고 게이트를 통과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날씨가 점점 더위지고 있었다. 한 고비의 오르막을 오른 후에 평평한 곳에서 쉬면서 가이드의 브리핑과 간단히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오미라는 여자가 메인 가이드였고, 로날드라는 젊은 남자가 보조 가이드였다. 트레킹에 참여한 여행자들은 남아프리카, 남미비아, 브라질, 미국에서 온 네 커플, 호주에서 온 오누이와 미국에서 온 터키 여자와 나 이렇게 열두명이었다.
길은 평지이다가 오르막이다가 했는데 다들 빨리 걸어서 좀 뒤떨어졌다. 첫날부터 너무 무리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천천히 걸었다.
점심 먹을 장소에 도착하니까 이미 식사용 텐트 안에 식사가 차려져 있고, 조그만 대야에는 손 씻을 물까지 담아서 준비가 되어 있었다. 손을 씻고 텐트에 들어가 앉자, 수프가 나오고, 곧이어 메인으로 밥과 밥에 얹어먹을 소스, 생선과 닭요리가 나왔다. 마지막으로 차를 마셨다.
포터들은 여행객들이 자는 텐트와 음식들을 져서 날랐다. 포터들은 자기 몸집만 한 짐을 지고도 빨리 걸었다. 우리보다 늦게 출발해도 우리를 앞질러 갔고 캠핑장에 가보면 텐트들은 이미 세워져 있고, 요리사는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행객들은 식사용 큰 텐트에서 식사를 했고, 가이드들은 우리와 함께 식사를 했지만 요리사와 포터들은 따로 식사를 했다.
점심을 먹고 바로 출발해서 2시간쯤 걸으니 와이야밤바 Wayllabamba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캠핑장에는 텐트도 이미 세워져 있었다. 텐트가 모두 이인용이라 혼자 온 나는 역시 혼자 온 터키 여자 귤 Gul와 같은 텐트를 쓰게 되었다. 귤은 텐트에서 자는 것이 처음이라고 했다. 짐을 풀고 옷을 갈아 입고 애프터눈 티를 마시러 갔다. 차와 함께 팝콘이 나왔다. 차를 마시면서 계속 앉아서 이야기를 하면서 저녁 식사 시간이 되길 기다렸다.
저녁을 먹은 뒤 나오미가 내일 일정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 캠핑장이 마을 바로 옆이어서 마을에 가서 돈을 조금만 내면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 명이 샤워를 하러 갔지만, 귤과 나는 샤워를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밖으로 나가 달과 별을 구경하고 일찍 자러 갔다.
오늘은 2600미터에서 출발해서 3100미터까지 올라왔고 12킬로미터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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