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의 옛길을 걷다 #6. June 19 (Third day)
가이드 나오미가 어제 브리핑 시간에, 오늘은 다른 날보다는 더 길게 16킬로미터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일찍 출발해야 하지만, 길이 편해서 중간에 자주 쉴 예정이라고 알려 주었다. 어제처럼 4시 45분에 알람으로 온 마카차를 마시고 일어났다. 아침에 비가 살짝 흩뿌렸지만, 곧 개여 산행을 하는 동안 비는 오지 않았다.
고도가 높은 곳이라 밤에 추울 것 같아서 비닐 판초를 슬리핑백 위에 덮고 잤다. 그래서인지 생각만큼 춥지는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판초 위로 물기가 맺혀있고, 슬리핑백도 약간 축축했다. 판초 때문에 습기가 갇혀 있었던 모양이었다. 쿠스코에서 간식으로 사 온 귤도 어제 다 먹고 없는데도 배낭은 별로 가벼워지지 않은 것 같았다.
아침을 먹고 바로 출발해서 걷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3950미터 높이의 두 번째 패스 쿼차파타 Qochapata에 도착했다. 나오미가 사람들을 한 군데 모이게 하고 잉카인의 풍습대로 코카잎을 들고 사방에 있는 신들에게 안전과 행복을 비는 의식을 진행했다. 잉카인들이 사람을 태양신에게 바치는 인신공양을 했다는 걸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한 사람의 희생으로 다른 사람들이 모두 평안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었을까? 신이 인간의 그 간절함에 응답할 수 있는 신이라면 인간의 희생을 원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패스에서 두 시간쯤 가면 나오는 캠핑장에서 뒤따라 오고 있는 다른 팀은 점심을 먹을 예정이지만, 우리 팀은 속도가 빨라서 더 가서 점심을 먹을 거라고 했다. 길은 심하지 않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 이어졌다. 이런 길을 ‘잉카 플랫 Inca flat’이라고 부른단다. 어딘가로 소식을 전하러 가는 옛 잉카의 연락병은 이런 길은 달려 갔을 것 같았다. 돌이 잘 깔려 있고 주위의 경치도 아름다워서 걷는 게 즐거웠다.
다른 캠핑장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었다. 남아프리카에서 온 여자가 더위를 먹었는지 고산병인지 토하고 아파서 남편과 캠핑장으로 바로 내려가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다시 걷기 시작해 갈림길을 만났다. 갈림길에서 남아프리카 커플과 가이드들은 캠핑장으로 바로 내려가고, 남은 사람들은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잉카의 유적을 둘러보고 캠핑장으로 갈 수 있는 우회로였다.
한참 걸어서 도착한 곳에는 경사가 심한 비탈에 돌로 쌓은 계단식의 테라스가 있었다. 어떻게 돌을 운반해서 쌓았는지 신기했다. 옛날에는 테라스 위에 집이 있었거나 농사를 지었거나 했을 것 같지만, 모두 사라지고 지금 남아 있는 것은 돌뿐이다. 가이드가 오지 않아서 설명도 듣지 못하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둘러보거나 아니면 볕 좋은데 앉아서 한가로이 햇볕 바라기를 했다.
가이드들이 아픈 이의 커플을 캠핑장에 데려다 놓고 다시 되돌아오느라 늦게 와서, 설명은 생략하고 가이드를 따라 바로 위나이 와이나 Winay Wayna에 있는 캠핑장으로 내려왔다. 위나이 와이나는 산기슭에 있는 마을로 우루밤바 계곡이 내려다 보인다.
저녁을 먹고 요리사와 포터에게 줄 팁을 모았다. 우리는 내일 마추픽추로 가서 끝나는 일정이지만, 이 사람들은 내일 아침 텐트를 걷은 후 바로 돌아가기 때문에 팁을 주고 작별 인사를 했다.
오늘은 3600미터의 파카이마우 Pacaymayu에서 출발 4000미터 두 번째 패스를 넘고 2700미터의 위나이 와이나 Winay Wayna에 도착했다. 16킬로미터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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