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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수 Dec 17. 2023

연애하기 XX 귀찮다.

또 날 설명하기가 너무 귀찮아.


연애.

음. 연애라.


연애 그거, 너무 오래 안했다- 싶으면서도
연애 그래, 이젠 할 때가 됐다- 싶지만서도
"날 설명하는 일이 귀찮아"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연애는 일단 8할이 구구절절이다. 나에 대해 구구절절이 떠들어야 한다.


   (과거) 그간 이리 살아왔고

 +(현재) 지금 요리 살고 있고

 +(미래) 앞으로 그리 살아갈 거다.

=> 결과 : 나라는 인간은 요로코롬 짜여진 인간이다.


   이 세 부분이 모두 설명되지 않으면, 상대는 오늘의 나를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다. 따라서 자칫 오해나 와해로 이어져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고, 꼭 그런 게 아니더라도 더 깊은 관계로 가기 위해서는 모든 시점의 나를 다 드러내야 한다. 이때, 될 수 있으면 최대한 구구절절하는 게 좋다.  


  ᆢ아휴 벌써 귀찮다.


   특히나 이리 살아왔고 부분이 제일 중요한데, 나는 그게 가장 귀찮다. 그간 네 번의 연애를 했다. 그건 나의 과거를 이미 네 번이나 말했다는 뜻이다. 아이고 두야. 그걸 또 하라니! JOLLA 귀찮소! 시작부터가 이렇게 귀찮은데 연애를 어떻게 하나. (그래서 나랑 만나준다는 사람은 있냐고?.... 아....없네.. 고민 해결^^)
   

   

    

   Q. 과거 얘기가 그리 중요한가? 귀찮으면 안 하면 되지 않나?

   A. 노놉. 그럴 수 없다. 우리는 과거에 대한 질문을 끊임 없이 하고 산다.


   아, 혹시 나는 과거보다는 현재가 더 중요한데? 싶으시다면 이 글을 더 읽어주셔라. 끝까지 다 읽고 나면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지 아시게 될 거다. '아~ 그랬군~ 얘 말이 일리가 있는 말이네~' 하게 되실 거다. 그러니 스크롤을 조금만 더 내려주십사! 부탁드립니다.



   아.. 그리고 ... 사실 저 되게 외로워요.... 진짜 이제는.. 연애 좀 하고 싶어요.... 근데 제 과거 얘길 하는 게 워낙 귀찮아아죠. 또 그렇게 설명하기가 여간 성가셔야죠. 제가 과거 얘기 안 하고 연애할 수 있으면 했겠죠, 근데 그게 진짜 아니거든요. ㅠ (아니 애초에 나 아무도 안 만나 준다니까;; 고민해결2..^^)



  자! 각설하고, 서론이 흥미로웠다면~

  우리가 과거를 얼마나 물어대는지 궁금하다면~ 이쯤에서 라이킷 플리즈!







   우리는 현재의 그 사람을 알기 위해 여러 가지를 묻는다. 그리고 아마 자각하지는 못했겠지만, 거의 모든 질문이 그가 살아온 과거에 대한 질문이다.

   *한 객체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현재 그 객체를 가장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 객체의 과거를 꼭 알아야 한다.


   그래 맞다, 역사다. 무언가를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건 그 무언가의 역사이다. 우리는 이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의식도 없이 매일 매일 상대의 과거에 대해서 물어 대며 산다.
   
   
   
   간단하게는 '식사하셨어요?'와 같은 질문을 생각해 보자. 현재 이 인간이 배가 고픈지 아닌지 파악하기 위해서 묻는 질문이다. '지금 배고프세요?'라고 물어도 되지만 우리는 꼭 과거의 시점에서 질문을 한다. 왜 그런 것 같은가?


   그건 과거 시점인 전자의 질문에서

   <주장 1.>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더 많으며

   <주장 2.> 특히, 현재 상태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장 1-근거 1.> 지금 배고프냐 물음은 단지 ⓐ현재 상태에 대한 정보만 얻을 수 있어서 이전에 뭘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식사하셨냐는 물음은 ⓐ식사 여부와 함께 ⓑ지금 상태에 대한 추측성 정보를 함께 얻게 된다.

   현재 시점에 대해서만 질문을 하면 지금 배가 고프다는 사실 하나를 알게 되지만, 과거 시점으로 질문을 하면 식사를 안 했다는 확실한 사실과 함께 현재 배가 고플지도 모른다!라는 정보가 하나 더 따라붙게 된다는 말이다.


   <주장 2-근거 1.> 또한 현재 배고프다는 사실을 아는 건 같더라도 밥을 먹어놓고 또 고픈 건지, 공복이라 고픈 건지를 같이 아는 건 완전히 다른 이해이다. 먹어 놓고도 배가 고프다면 헛배일 테니 식사를 권하지는 않을 것이고, 내내 공복이었다면 함께 국밥이라도 먹으러 갈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단 과거의 시점에서 묻게 되는 것이다.'현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말이다.



   정리하자면, 더 많은 정보와, 더 확실한 이해를 위해 우리는 구태여 과거를 묻는 것이다.
   
   

   

   또 다른 예시로는, 낯선 이에게 보통 먼저 묻게 되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고향이다. 현재 이 사람이 부산에 살든 서울에 살든, '고향이 어디세요?'라고 묻는다. 이거 대체 왜 묻나.

   예를 들어 서울에 사는 사람의 고향이 부산이라고 가정해 보자. 서울에 사는 현재는 같으나, 서울 사람이라서 서울에 사는 것과 타향에 상경해 사는 것은 천지차이다. 고향 하나 알았을 뿐인데 그 사람에 대한 이해의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부산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떠올려 이 사람에 대한 몇 가지의 그럴듯한 추측도 해볼 수 있다.


   '부산 사람은 국밥을 주식으로 먹는다던데 이 사람도 국밥을 좋아하려나?'

   '부산은 바다 도시니까 아마 회도 잘 먹을 테지?'

   '부산이 고향이니까 추석마다 기차 타고 내려가겠네ᆢ 쉬지도 못하고 힘들겠다.' 등등


   물론 100퍼센트의 확실한 정보는 아니겠지만 과거 사실 하나 추측성 정보가 여럿 딸려 온다. 게다가 "어떻게 서울로 오시게 되셨어요?"와 같은 다음 질문의 갈피도 잡을 수 있게 된다. 그러면 그가 모종의 이유로 상경 했음을 파악한 후 그의 현재를 보다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는 현재 부산에 거주하고 있지 않다. 부산은 오로지 그의 "과거"일 뿐이다. 그러나 그 과거 사실 하나가 현재의 이해도를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그냥 국밥을 좋아하는 것과, '고향 음식인 국밥'을 좋아하는 것은 아예 다른 얘기니까.

  그리고 식사하셨냐는 질문에 부산인이 공복이라는 답을 했다면! 바로 국밥집으로ㄱㄱ 보통의 부산인이라면 분명 좋아할 것이다. 국밥 먹으면서 '아~그래도 국밥은 부산인데~ 서울은 영 별루다 그죠^^??' 멘트 딱- 날려주면 캬~ 그 부산인 fall in love 바로 돼 버린다. 고향 하나 알았을 뿐인데 사랑까지 얻게 되는 이 가성비 질문, 완전 굿이다.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은 비단 인간관계에서만 적용 되는 것은 아니다. 여행을 가더라도 그렇다. 과거, 즉 역사를 알고 가야 현재 그 나라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bts 손흥민 블핑 k팝? 물론 한국에 대한 중요한 정보이나, 그거만으로는 현재의 한국을 이해하기엔 부족하다.


   대한민국에서 욱일기가 프린팅 된 티셔츠를 입고 돌아다니는 외국인이 있다고 생각해보ㅈ... ㅡㅡ^ 윽. 생각만 해도 피가 거꾸로 솟는다. 그러나 한국 여행 가이드북에는 욱일기 입으면 안 된다는 안내 사항 같은 건 없다. 그럼 외국인이 그걸 어떻게 알고 유의하겠나. 그런 걸 알려주는 건 오로지, 역사뿐이다.

   

   

   

  - 나는 남성의 큰 고함 고리를 듣기 어려워한다. 어렸을 때 아빠가 자주 고함을 질러대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 나는 된장을 먹을 수 없다. 7살 무렵 똥과 된장을 헷갈려 생긴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나'에 + '과거의 내'가 함께 설명될 때, 비로소 = 진짜 오늘의 나를 설명할 수 있다.

   

   

  그러니 연애가 얼마나 귀찮겠나.
  지수쓰 인생 역사 강의 벌써 네 번이나 했다고요. 이걸 어케 또 하냐고요.....






   우리 집 냉장고에는 약 마흔 개쯤 되는 마그넷이 붙어있다. 하.. 그럼 내 미래 남친은 그걸 보고 묻겠지? 와- 여행 좋아하나 봐. 언제 갔었어? 어디로 갔었어? 누구랑 갔었어?... 죄다 과거에 대한 질문들이다. 절대 '그냥 마그넷이 있네.'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누구랑 갔었어?... 어...전남친이랑^^;; 파국이 예상된다. 지금 나는 그 전남친 머리털 하나도 보기 싫은데 "수십 개 국을 함께 여행한 과거의 남자"가 분명 현재 내 남친을 혼란스럽게 할 것이다. 그러나 꼭 알아야 할 정보다. 내 삶에서 여행을 빼면 현재 내가 하고픈 일도, 미래 계획도 다 충분하게 설명할 수 없다. 전남친만 빼고 말할까? 근데 그건 또 속이는 건데ㅠ 아니 그래서 누가 그런 거 물어봐 준대? ;;.... 어... 고민 해결^^!)


   나는 작가 지망생이다. 그러나 전혀 다른 전공을 했다. 이것도 묻겠지. 왜 그 과에 갔는지부터 시작해서 대학 생활은 어땠는지, 서울 살이는 어땠는지, 무슨 알바를 했었는지ᆢ등등등. 온갖 파생 질문들에 벌써 피곤해 진다. 그러나 그가 없던 지난 날의 나를 계속해서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오늘의 나를 제대로 이해시킬 수 있을 테니까.


   그러니 연애란, 계속해서 과거의 나를 드러내야 하는 귀찮은 일일 수밖에. 물론 그가 없었던 과거의 나에게로 시간 여행을 시켜주는 일, 참 재미지다만 이걸 네 번이나 하니까 이제는 지친다.... 게임에는 실패해도 중간 세이브 이런 거 있던데.. 연애는 세이브 없이 모두 new game이라, 1단계부터 또 다시 시작이다.




   아~ 그니까 연애할 엄두가 안 난다고요 엄두가~ 나를 언제 다 설명하냐고요~~~ ㅜ.ㅜ 

   (아니 근데ㅋㅋ 엄두 나면 만나줄 남자는 있냐고요^^~~~ 아.. 없어요.. 없네요.. 이런 제가 짠하다 싶으시면.... 이쯤에서 라이킷 리즈....(T_T))






   적다 보니 글이 좀 길어졌다.

   암튼 결론을 내리자면 얘기하는 게 너~무 귀찮아서 연애 못 하겠다! 그 얘기다. 

 

   근데 또 오늘 뭐 했고 내일 뭐 할 거고 그런 가벼운 질문만 오가며 가볍게 사귀지는 못해서...


   참나,

   어쩌라는 거냐.
   어쩌자는 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설명하고픈 사람을 만나면 연애하게 되려나. 아, 그래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됐던 10년 지기 친구를 잠깐 좋아했었나.



   이젠 내 얘기가 하기 귀찮은 어른이 됐다.
   근데 내 얘기만 하는 글쟁이가 됐다.


   ???????



   ... ㅋㅋ


   머 하는 사람인고.

   머라고 씨부리고 잇는 기고.
   밥알이 맷개고. 초밥말이다. 밥알이 맷개냐고.
   졸린가 보다. 슬슬 자야겠다.


   


   

    ...

   그래서 사실은 옛사랑이 가끔 그리워지곤 한다.


   이미 내가 다 설명된 사람.

   내가 오늘 왜 그랬는지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람.

   그래서 굳이 덧붙이지 않아도 온전하게 이해받을 수 있는 사람.


   세상에 유일했던 그 사람이, 가끔씩 정말 가끔씩.. 그리워지곤 한다.









   혹시 2편에 이어서 3편을 보고 계신다면, 어 뭐야 직장 상사 얘기는 어디갔어? 라고 생각이 될텐데 그건 아마 8번째 글 쯤 쓰지 싶다. 매주 3번 글을 쓰겠다고 했는데, 주 4~5일 정도는 와서 이렇게 되도 않는 글을 적어내릴 예정이라 조만간 업로드 될 것이다.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주셨으면..! 라이킷도 좀 눌러주시고..! 하하..! (뻔뻔하네. 이래서 남친이 없나?)



   혹시 여기까지 다 읽었다면 이 글이 꽤나 재밌었다는 얘기일 텐데, 다음 편은 더 재밌을 테니 꼭 좀 기다려 주셔라. 더더 재미있는 일기장, more more 흥미있는 저작으로 오겠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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