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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수 Jan 14. 2024

사랑이고, 바게트겠지. 파리.

L'amour, les baquettes, Paris.

스텔라장의 <L'amour, les baquettes, Paris.>과 함께 하면 더 좋을 글일듯 싶습니다.






사랑 말곤 할 게 없던 그 해, 스물셋의 연말.


콜마르의 번뜩이는 크리스마스 마켓.

파니에 지구의 고즈넉한 거리들.

샹제리제의 새해 카운트다운까지.

그때 나의 시선엔 온갖 반짝이는 것들이 다 담기었고

그 빛나는 것들중 가장인 건, 단연 너였다.


너에게도 그랬으려나, 하지만 우리는 오늘 서로의 하루에서 완벽하게 소멸되어 알 수 없다.

그런 건 아무렴 좋아.

그때 우리가 거기에 있었고,

너와 나는 사랑을 했어.

그건 오늘의 우리가 어떤 형태로 변했음과는 상관없이 늘 아름다히 존재하지.




내 손을 꼭 쥐던 너의 마음도

너를 쉴 새 없이 담아내던 나의 눈망도

이제는 모두 아득하지, 아무렴 좋아.


사랑. 그래, 사랑이었으니까.




그때는 말야,

언제 꺼내어도 가장 고결한 애정일 거야,

아무 때나 찾아도 내내 순수한 마음일 거야.



너와 함께던 모든 날, 참 귀하고 애틋한 기억이 되었단다.

기쁘게 적던 우리의 서사가, 퍽 영롱하고 뿌듯한 역사가 되었어.




파리는 상상하는 것만큼 낭만적인 도시가 아니라고들 해.

나는 행운스럽게도 그곳을 너와 함께하였어서 이다지도 낭만으로 남았어.


덕분에 스물셋의 파리는 내내 품고 살아갈 나의 화양연화이고, 청춘이고, 로맨스가 됐지.

다시 생각해도 정말 행운이야, 참 다행이야.




정말이지 네게도 나는 그런 옛사랑일까?

다행스러운 기억으로 남았으려나.

그럼 좋겠지만 여전히 알 수는 없어,

그래도 괜찮아, 아무렴 좋아.


사랑, 사랑이었으니까.




그 해 나의 입버릇은 '그런데, 행복하다.'였다.

무엇을 하고 있든 그런데, 행복했다.

어떤 감정이 오르든 그런데, 행복하였다.

나의 행복감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단 하나도 존재치 않았.


음, 실은 그때만 그런 건 아니지. 파리에서만이 아니고,

널 담는 날들은 온통 그랬었다.




그러나 우리는 헤어졌다.

서글프게도 우리는 시절인연이었고

끝내 무색해야 하는 필멸인연이었다.




사랑, 사랑이었다.

날이 가끔 그리워진다.

사랑이고, 바게트였던, 파리가,

사랑이고, 너였던, 우리가.


하지만 내가 그리운 건 오로지 그때의 너다.

오늘 이 글도 그때의 네가 그리워 쓰고 있다.


더는 사랑, 사랑이 아니기에.




그렇지만 애석하지 않아.

그때 우리가 거기에 있었고,

너와 나는 사랑을 했어.

그건 오늘의 우리가 어떤 형태로 변했음과는 상관없이 늘 아름다히 존재하니까.



나의 생에 머물다 간 그 어여쁜 이가,

오늘 이 찬바람에 부디 건강을 잘 지켰음 한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사랑도 했음 한다.


다만 사랑, 사랑이었기에.











스텔라장 - L'amour, les baquettes, Paris.


https://youtu.be/XtYGk-kvWP0



쓰던 짝사랑 시리즈는 2월초에 다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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