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ew moon Sep 13. 2022

기대를 낮추니 조금 편해졌다

조각 모음집 12


나는 모든 것에 항상 진심이었다. 진심인 만큼 기대도 컸다. 나의 큰 기대에 부응하던 것도 있었지만, 사실 대부분은 그렇지 못했다. 벅찬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경우도 있었고, 콕콕콕 신경 쓰이게 찌르는 경우도 많았다.


기대가 한참 떨어진 상태에서 두번째 회사를 만나게 되었다. 사람에 대한 기대도, 일에 대한 기대도 전혀 없었다. 내게 꼭 맞는 옷 같은 건 찾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기대를 낮추며 살짝 힘을 빼고 내게 주어진 상황을 접하니 오히려 쉬웠다. 예고 없이 찾아온 행복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처럼 애초에 '이건 이만큼일 거야.' 라고 생각하는 게 없으니 내 앞에 놓인 작은 행복들을 더 쉽게 잡을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인연, 생각치 못한 행운 등. 뭐든 복잡하게 생각하고 고민해야 살아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단순하게 살아도 생각보다 잘 살아지더라.


기대를 낮추고 생각은 적게. 앞서 고민하지 말고 현재를 살기. 큰 기쁨보다 작지만 확실한 기쁨에 귀를 기울이기. 워낙 복잡한 인간이라 사실 이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게 어려울 것이란 걸 잘 알지만, 그래도 최대한 마음을 다스리며 그렇게 살아보려 한다. 당장 내일 또 출근이라는 사실에 정신이 아득하긴 하지만, 앞날을 미리 걱정하지 말고 남은 오늘에 집중하며 내게 주어진 일들을 해내야지.

이전 15화 나의 인간관계에 대한 단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