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성호라는 아이가 저희 하윤이를 자꾸 때린다고 합니다."
"하... 죄송합니다. 다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하윤이 아버지에게 메시지가 왔다. 지난주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하윤이 아버지는 성호의 행동이 변화되지 않으면 학폭위라도 열고 싶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렇게 혼내고 지도했음에도 잘못을 반복하는 성호에게 짜증이 났다.
성호가 괴롭히는 행동을 하윤이에게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나를 힘들게 하는 친구가 있나요?'라는 설문지를 주고 적어보게 하니 23명 중 20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성호의 이름을 적었다.
사실, 성호는 1학년 때 지금보다 더 과격한 행동을 하는 아이 었다고 한다. ADHD 약을 먹기 시작했음에도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었고 당시 담임선생님은 성호의 반복되는 문제행동을 견디지 못해 기나 긴 병가를 쓰셨다.
작년에 비하면 굉장히 개선된 모습이다. 본인도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반복되는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도 그 부모님도 성호가 나아지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이해해 줄 여력이 없다.
ADHD가 의심되는 아동들은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문제를 개선할 수 없다고 한다. 무엇보다 보호자나 교사가 힘으로, 나이로 억압할수록 아이도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기 쉽다고 한다.
정말로 다행인 것은 성호의 부모님께서 성호의 문제해동 개선에 굉장히 협조적이라는 것이다. 어머니께 가정에서도 친구를 소중히 대할 수 있도록 대화를 부탁했다.
우리 반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도움을 구했다. 성호가 나쁜 행동을 반복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자고. 때리거나 괴롭히면 기분이 나쁘다고 확실하게 말해주자고. 우리 반 한 사람도 빠짐없이 누구나 소중한 존재이며 내가 존귀한 만큼 상대방도 존귀하다는 것을 알려주자고.
'세상에 이해하지 못할 아이는 없을까?'라는 끊임없는 질문을 늘 혼자 하곤 했다. 이번엔 아이들과 같이 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