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공개수업 날이었다. 저학년은 고학년에 비해 학부모 수업 참관율이 높다. 함께 수업에 참여할 부모님들을 위해 아빠의 사랑이 담긴 동화책으로 수업을 준비했다. 잔소리 가득한 아빠의 속마음엔 깊은 사랑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과 함께 배웠다.
무사히 수업을 마쳤고 열심히 준비한 만큼 뿌듯한 마음도 있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를 학부모상담에서 알게 됐다. 지율이의 어머님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셨다. "저희 집은 이혼가정이라서요. 지율이는 아빠랑 지내지 않거든요. 다음에는 수업하실 때 꼭 신경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지율이 어머님은 우리 반 게시판에 적힌 '한 사람을 소중히'라는 문구를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지율이가 아빠와 떨어져 살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 교사가 되며 늘 '한 사람을 소중히'하자고 다짐해 왔는데, 수업을 준비하기 급급해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들여다보지 못한 것이다. 역시 말하기는 쉽고 행동하기는 어렵다.
2학기가 되면 가을에 있을 축제 준비가 시작된다. 가장 큰 고민은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공연을 하는 것과 자폐가 있는 이준이도 함께 할 수 있는 공연을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요즘 유행하는 노래인 '소다팝'으로 춤을 추길 원했다. 이준이는 큰 음악소리에 민감해서 귀를 막곤 한다. 복잡한 동작을 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준이도 함께 할 수 있는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고. 감사하게도 아이들은 이준이도 단순한 동작으로 할 수 있는 우산춤을 하자고 말해주었다. 물론, 이준이에게는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이들도 큰 인내가 필요할 것 같다.
이제 축제까지 한 달이 남았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아무쪼록 아이들도 나도 '한 사람을 소중히'하는 마음을 배우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알록달록 색동우산을 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