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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좀 그만 불러줄래?

교실에서 살아남기

by 식이타임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선생님 말을 듣지 않는다. 알아듣고도 행동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정말 말 그대로 '듣지 않는' 것이다. 차분히 설명을 해주고 활동을 시작하면 "선생님 이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라고 되묻는 아이가 반드시 하나쯤은 있다. '으아아아아 아!!! 또 안 들었어!!!' 마음속에선 열불이 난다.


잘 듣지 않는 것과 더불에 지나치게 많은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진지한 표정과 함께 "선생님 있잖아요..."라며 시작되는 시시콜콜한 TMI(과도한 자기소개)는 끝나지 않는다. 그림 하나를 그려도 자랑하려고 부른다. 짜잔! 꿀 같은 쉬는 시간 10분이 사라졌다. 결국, 나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연구실로 도망치거나 못 들은 척하는 날이 많다.


어쩌겠는가. 모르면 다시 설명해 주는 게 나의 일인 것을. 우선 잘 들어주는 다정함을 겸비해야 하는 것을. 괜찮은 날엔 몇 번이고 말하고 들어줄 수 있지만 문제는 괜찮지 않은 날이다. 피곤이 극에 달하거나 몸이 안 좋은 날엔 나도 모르게 신경이 예민해진다. 그런 날엔 '선생님 좀 그만 불러줄래?'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고 했던가. 몇 번이고 말하고 들어줄 수 있는 나를 만들어야 한다. 속이 편해야 마음도 편하다. 소화불량에 맞서 야식도 안 먹고 효소와 유산균을 꾸준히 섭취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땀 흘려 운동한다. 평일 음주는 다음 날 힘드니까 미련 없이 패스!


도서관 수업을 하며 저학년 추천 도서에 있는 살아남기 시리즈가 눈에 들어왔다. '정글에서 살아남기', '갯벌에서 살아남기' 나도 초등학생 시절에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선생님들을 위한 책도 하나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었다. 제목은 교실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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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