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9등급을 맞은 학생도 교대에 갔다고 한다. 물론 아주 극소수의 이야기겠지만 교권추락과 낮아지는 급여 인상 등 여러 원인으로 인해 교대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어린 시절부터 교사를 꿈꿔왔던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우리 직장 안 좋으니까 절대 오지 마!"라고 하기보다는 "우리 회사 정말 좋아! 무조건 와야 해!"라고 하는 게 더 기분 좋으니까.
갈수록 교직에 대한 안 좋은 소식들이 가득한 요즘이지만 아직까지는 내가 교사라는 사실이 좋다. 다시 시간을 되돌려도 선생님을 선택할 거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교사를 추천해주고 싶은 이유를 적어본다.
나만의 공간이 있다.
아이들이 집에 가면 교실은 온전히 나의 공간이 된다. 그곳에서 조용히 간식을 꺼내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조용히 다음 날 수업을 준비할 수 있다. 누가 보는 사람이 없으니까 말하는 연습도 할 수 있고 음악도 틀 수 있다. 이렇게 넓은 공간을 혼자 쓰기란 일반 직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높은 직급에 오르거나 개인 사무실을 빌려야 가능하다. 실제로, 군대에 가서 누군가와 하루 종일 근무해야 하는 환경이 가장 어색했다. 내가 모셨던 전대장(대령)님 만이 교실만 한 크기의 집무실을 가질 수 있었다. 어쩐지 아이들이 집에 갈 때 가장 예쁘더라니. 교실이 나만의 공간으로 변화하는 순간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
교육과정 안에서 내가 원하는 수업을 구성할 수 있다.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영상을 활용해도 되고 전자기기의 도움을 받아도 된다.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할 수도 있다. 어떤 수업을 하든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자율성. 직장 상사가 '너 수업을 왜 이렇게 했어?'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즐거워할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가정에 충실할 수 있다.
수업을 하는 날은 연가를 낼 수 없다. 하지만 교사는 점심시간도 아이들을 지도하는 근무시간이기 때문에 8시 30분에 출근해서 4시 30분에 퇴근할 수 있다. 총각시절엔 남들보다 1시간 빠르게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었지만 유부남이 된 지금은 다르다. 가정에 충실할 수 있다. 아이를 일찍 데리러 갈 수 있으며 2시간 일찍 육아시간도 쓰는 것이 자유롭다. 무엇보다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도 할 수 있고 길게 쉬는 방학도 있으니 자연스레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때때로, 대기업에서 많은 성과급을 받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학교 선배는 말했다. "돈을 벌러면 교사를 하면 안 되지... 교사가 시간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선택한 거잖아!" 아내도 육아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어쨌든 아내가 좋다고 하니 나도 좋은 것이다.
보람을 먹고 산다.
가장 큰 장점은 보람을 먹고산다는 것이다. 어느 날은 아이들에게 참 화가 나고, 열심히 하는 게 되려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노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게 헛헛하기도 하다. 마음처럼 안 되는 날도 많다. 그래도 어느 순간 되돌아보면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인다. 노력이 어디 가지 않았구나라는 사실에 보람을 느낀다. 밥 먹을 땐 내가 앞자리에 앉으면 좋아한다. 도움이 필요하면 나를 먼저 찾는다. 누군가 나를 좋아해 주고 필요로 하는 모습들이 나의 교직생활 수명을 늘려준다.
그래서 교직 환경이 좋아졌으면 한다. 더욱더 당당하게 좋은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