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강한이는 제 때 하는 일이 없다. 수업을 시작하면 “교과서 펼쳐야지!”라는 말을 세 번 정도 한 뒤에야 몸을 움직인다. 세 번만 말하게 해 주면 감사하다. “책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데요.”라고 ‘선생님이 찾아주시죠.’라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순간엔 분노가 차오른다.
강한이에게 잔소리는 효과가 없다. 잔소리라고 인식하는 순간부터 나와 가장 먼 곳을 향해 달려 나가기 때문이다. 그나마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순간이 있다. 점심시간이다. 줄을 서지 않는 녀석에게 “강한이 밥 안 먹으려고?”하면 재빠르게 줄을 선다. 강한이가 밥을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점심시간도 참 고될 뻔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장 큰 문제는 나다. 효과 없는 잔소리를 읊어대는 나. 더 넓은 마음으로 녀석을 품어주지 못하는 나. 하루빨리 자신의 일을 척척해내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나 말이다.
집에 돌아가는 길, 오늘도 강한이에게 툴툴거리기만 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아직 어리니까 성숙하지 못한 것이 당연한데 왜 그렇게 화가 났지?’ 마치 아들에게 엄청 화를 냈던 날, 고이 잠든 아들을 보며 반성하듯이 나는 퇴근하며 우리 반 아이들과의 하루를 반성한다.
다음 날, 청소를 다 하지 못한 강한이가 교실에 남았다. 치우려는 의지라곤 느껴지지 않는 공허한 빗자루 질을 지켜보며 속이 터질 것 같았다. “후!” 심호흡을 하며 묵묵히 기다려주고 도와주니 녀석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뭐야~ 강한이 청소 겁나 잘하네!” 청소를 마치고 강한이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오늘은 집으로 오는 길이 유독 가벼웠다. 아마 강한이와 기싸움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강한이에게 느낀 감정을 되돌아보며 생각했다. ‘그래, 그냥 힘 좀 빼자.‘고 말이다. 야구선수도 홈런을 치기 위해서는 오히려 힘을 빼야 한다고 하던데 말이지.
이제 고작 몇 달 지났을 뿐이다. 아직 강한이와 함께 할 날이 훨씬 많다. 믿어주자! 잘한 게 있으면 반드시 칭찬해 주자. 미우나 고우나 마지막 인사는 하이파이브로 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