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어와 사회: 사회적 언어의 힘
'스마트'. 토종 한국어는 아니다. 대략 '똑똑한, 영리한, 산뜻한, 좋은' 등등의 여러 가지 뜻으로 사용된다. 쌈박하다는 말이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인한 결과이겠지만, 이제는 제품명에도 스마트는 흔히 들어간다. 하긴 4차 산업 혁명이 어쩌구 저쩌구 하고 스마트한 세상을 꿈꾸는 시대이긴 하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는 'smart'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욱씬거리는, 아픈, 고통스러운, 얼얼한' 정도의 뜻으로도 쓰인다. 고통을 수식할 때도 쓰이는 단어가 '스마트'이다. 예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쌈박한?) 정도로 아픈 고통을 표현할 때에도 'smart pain'처럼 표현하기도 한다.
세상에 무슨 휴지통이 스마트할까 싶어서 검색을 해 봤더니 쓰레기통이 얼마나 찼는지를 측정해서 미화원에게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더 좋은 것들은 쓰레기통 위에 태양열 발전판이 달려 있어서 배터리를 충전한 후에 쓰레기를 압축하는 기능도 있다고 한다. 내가 멍청했던 것 같다.
그런데 길거리에서 쓰레기통 주변을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공무원이 이런 정책을 입안했나 싶다. 주변이 너무 지저분하다. 쓰레기통이 스마트해야 될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스마트해야 되는 건데... 세상에는 스마트 쓰레기통을 이용한 정책의 성공 사례가 있을지 모르겠다만, 그렇다고 한국에서도 그래야 하는가 하는 정도는 한번쯤 생각해 보고 정책을 펴야할 게 아닌가! 쓰레기 처리로 애를 먹고 있는 사회에서 쓰레기통만 똑똑해지면 뭘 하느냔 말이다.
공무원이 되면 여러 가지 압박에 시달릴 것이다. 정부 정책의 변화에 맞추어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떤 정책을 낼 때는 그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하지 않나? 아니 좋은 아이디어라도 실행 과정에 문제가 있을 것 같으면 관리자급에서는 판단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이도저도 아니라면, 스마트 센서 개발하는 업자가 아무리 로비를 하더라도 이건 사회에 별 도움이 되지 않으니 '내가 좀 받아먹더라도 사회에 도움이 되니 궁극적으로는 선한 일'이라고 판단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모든 일이 그렇듯 역작용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 스마트'를 외쳐대면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워진다. 스마트폰도 잘 이용하면 분명 편리하지만 가족 관계나 인간 관계에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쓰레기통이야 오죽하겠는가?
'스마트'. 어느새 단순한 접두사를 넘어 선 사회문화적 힘을 가진 어휘가 되어버린 것 같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이런 단어들도 요즘 보면 안 붙는 데가 없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무슨 무슨 연구라고 하면 다들 혹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스마트, 빅데이터, AI(인공지능)'. 다 좋은 말들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들 입에 올린다. 그 소리들이 모이면 사회적 외침이 되고, 그 외침 속에서 살아가는 누군가엔게는 강박적인 힘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사회 언어로 인한 강박증...에 시달리지는 말자.
** '사회 언어'라는 말이 있는지 모르겠다. '사회가 추구하는 바를 표현하는 언어' 정도의 뜻으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