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의 언어화(?)
말이라는 게 변하기 마련이다. 말이 변하는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어떤 연유에서든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기 시작하면 그게 말의 변화로 이어진다. 사람들이 전에는 없던 말을 새로 사용하기 시작할 때에는 그만한 배경이 있을 것이다. 재미삼아 말을 줄였다가 널리 사용되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새로운 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말의 변화 원인 중 재미있는 한 가지는 우리의 행동 양식이다. 문명화된 생활 방식이나 문화가 언어의 변화로 나타나는 예가 드물기는 하지만 있다. 한때 유행했던 '오나전'처럼 키보드의 자판 입력 실수가 널리 사용되는 경우는 '키보드'와 그 자판 배열을 모르고서는 '완전'이 '오나전'으로 변화하는 이유를 도무지 알기 어려운 예이다.
'설문조사'라는 행동 양식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도 있다.
설문 조사에서 문항에 답할 때 우리는 '매우 불만족', '불만족', '보통', '만족', '매우 만족'의 5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른다. 이런 행동 양식은 언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매우 만족'이 하나의 단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현수막 사진에서 보듯 작은 따옴표(' ')의 사용으로 보아 '매우 만족'이 한 단위로 인식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설문조사가 '만족'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분화시키지 않았다면 아마도 현수막의 문구를 아래와 같이 뽑지 않았을까?
- '매우 만족' 정도의 서비스로 모시겠습니다.
- 고객이 '매우 만족'이라고 하실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익숙한 행동 양식은 둘 이상의 개념 '매우'와 '만족'을 하나의 개념 '매우 만족'으로 단일화하고, 이 때 사용되던 익숙한 표현 '매우 만족'은 이제 '매우 만족하다'라는 하나의 단어처럼 인식되기 시작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