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뚱뚱했고, 돼지라 놀림받았었다.
“운동하시나 봐요? 몸이 좋으시네요.”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인사말처럼 나에게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운동하시나 봐요? 몸이 좋으시네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듯 칭찬을 들으면 정말 기분 좋다. 운동했던 뿌듯함을 느끼며, 운동을 할 때도 동기부여가 된다.
초등학교 때 처음 운동을 했다. 축구, 자전거, 수영 등등 다양하게 했다. 꾸준한 운동을 시작한 건 성인이 되었을 때부터 다. 삶의 루틴처럼 꾸준하게 운동을 했다.
남들처럼 외모도 가꾸고 싶었고, 이쁜 옷도 입고 여자랑 손잡고서 연애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학창 시절에 뚱뚱했다. 남들처럼 멋진 청바지를 입고 싶었지만, 항상 흐물거리는 고무줄 바지를 입고 다녔다. 청바지를 입으면 다리가 짧아 보이고 허벅지와 종아리가 터질 듯했다. 그 당시 와이드 핏 바지는없었다.
여름은 정말 싫었다. 반팔을 입으면 툭 튀어나온 젖가슴이 부끄러웠다. 어깨를 당당하게 펴지 못하고 구부정한 자세로 다녔다. 비만인 것도 싫은데, 이런 당당하지 못한 모습이 더 싫었다.
학창 시절 비만이라 놀림받고 자존감이 바닥이 났을 때부터였을까. 성인이 되었을 때는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다. 살 빼고 당당하게 어깨피고 살고 싶었다.
학생 때 러닝도 해보고 수영도 해보고 자전거도 타봤다. 하지만 그때당시에 가끔씩 하는 운동들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운동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탓만 하며 살았다. 그때 당시에는 다이어트에 관한 정보도 많이 없었다. 단지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몸이 좋았고, 다이어트를 많이 한다고 믿었기에 헬스장을 가면 몸이 좋아지고 살이 빠지는 줄 알았다.
“엄마 나 헬스장 등록해 주세요. “
엄마에게 헬스장을 등록해 달라고 조르고 졸랐다. 결국 엄마를 설득해 집 근처 헬스장을 갔다. 낡은 건물 2층 계단으로 올라가니 나이 들어 보이는 흰머리 관장님께서 반겨주셨다. 난생처음 보는 다양한 운동기구들과 창가 앞에는 러닝머신들이 주르륵 나열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무섭고 두려웠지만, 나도 살을 뺄 수 있다는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처음에는 관장님께 운동을 배웠다. 아들뻘처럼 보이는 나에게 기초 체력과 근력이 중요하다며 친절히 알려주시더니 맨몸운동 하는 방법만 알려주시곤 금방 가버리셨다.
나는 헬스장 기구를 사용하고 싶었다. 무게를 들며 멋지게 운동하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운동방법을 모르고 괜히 잘못 운동했다가 다칠까 봐 무서웠다. 아쉬운 마음으로 만만해 보이는 맨몸운동부터 시작했다.
“하나.. 두울..”
20개는 가뿐하게 할 줄 알았다. 살면서 처음으로 윗몸일으키기와 팔 굽혀 펴기를 했다. 세 개부터 고통이 몰려왔다.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참았다. 집 가기 전에 아쉬운 마음으로 러닝머신을 탔다.
러닝머신을 타며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걸 느끼고 살을 빼고 싶다는 열정은 어디 갔는지 얼른 집에 가고 싶었다. 이틀째부터는 러닝만 하고 힘들어서 집으로 갔다. 결국 나의 첫 헬스장 운동은 정확히 3일로 끝났다.
무언가를 도전하거나 시작할 때 과정보다는 결과를 보고 시작했다. 결국 내가 바라고 꿈꾸던 모습은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꾸준하게 노력하여 쌓아 온 결과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너 왜 이렇게 일을 못해!”
성인이 되어 족발집에서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나와 같이 들어온 동갑인 여자도 있었다. 첫 알바라 무서웠지만,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가 있었다. 족발집에는 짧은 머리의 형들 3명에서 먼저 일하고 있었다. 군대에서 막 전역한 형들이었다. 동갑 여자아이와 나는 형들에게 일을 배웠다. 여자에게 일을 알려주는 형들과 나에게 일을 알려주는 온도 차이는 유치원생 어린아이가 와도 금방 눈치챌 만큼 달랐다.
나의 행동 하나하나에 불만이었던 형들은 내가 미필이라는 이유로 부정적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처음 알바를 했기에 일도 잘못했다. 내 기준에서는 눈치 보며 열심히 배우고 일했지만 일주일 뒤 사장님께 전화로 그만 나와도 된다며 통보받았다.
일을 못해서 잘린 건 내 잘못이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라 가슴이 바닥으로 쿵하고 내려앉은 듯이 슬펐다. 슬픈 감정을 뒤로하고 같이 일한 형들과 일을 안 해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곧바로 다른 알바를 지원했다. 지원을 넣자마자 전화가 왔다. “오늘 면접 오실 수 있으실까요? “ 아르바이트생이 급하셨는지 면접은 긍정적으로 끝났고. 나는 분식집 알바로 일하게 되었다.
여기서 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일하자는 각오로 열심히 일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에도 많이 부족했다. 주말 아침마다 지각 한번 하지 않으려 했고, 열심히 뛰어다녀 이마에 땀이 주르륵 흐른 적이 많았다. 군대 갈 때쯤 사장님께서 나에게 흰 봉투에 아르바이트비와 용돈을 더 넣어 쥐어주며 그동안 고생 다며 잘 다녀오라는 따뜻한 말을 해주셨다.
가슴 깊은 곳에서 남아있던 족발집에서 상처받은 상처가 위로되듯 깨끗하게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처음이라 실수도 많이 했고, 미숙했지만 그런 나에게 친절하게 일을 알려주시고 용기주신 사장님께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저도 형처럼 되고 싶어요.”
나는 해병대를 갔다. 성인이 되었을 때 군대라는 것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 단지 남자는 군대를 가야 된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군대에 해병대가 있는지도 몰랐고. 해병대를 지원해서 가는 건지도 몰랐다. 그런 나는 해병대에 가고 싶었다.
분식집에서 오픈시간으로 일하다가 사장님 부탁으로 마감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날 듬직해 보이고 남자다워 보이는 형을 처음 알게 되었다. 말할 때는 당당해 보였고, 몸도 정말 좋았다.
같이 마감청소를 할 때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더러운 하수구 바닥을 열정적으로 청소하는 모습에 나도 형처럼 바뀌고 싶었고. 배우고 싶었다.
머리가 짧아 보여서 형에게 물었다. “형 군대 다녀오셨어요?” 형은 피식 웃으며 해병대를 다녀왔다고 말했다. 나는 그 당시 해병대를 몰랐지만 뭔가 멋있어 보였다. 해병대를 가서 형처럼 변하고 싶었다. 어차피 한 번가는 군대 힘든 곳 가서 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군대라는 곳은 헬스장처럼 힘들어도 집으로 도망치지도 못했기에 나에게 딱이었다.
사람이 변할 때는 3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인생을 살면서 큰 사건이 생겼을 때. 두 번째는 새로운 장소로 사는 곳을 옮겼을 때. 세 번째는 무언가 경험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었을 때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는 곳을 강제로 바꾸려 했다. 다들 힘들다고 피하는 장소를 골랐다. 멋진 남자가 되어 오겠다는 각오로 지원해서 갔다. 실수하면 욕도 듣고, 구타도 맞았다. 하지만 피할 수 없었기에 열심히 배우고 생활했다. 성인이 되어 알바를 하고, 군대에서 생활하면서 힘들어도 참고 견디는 힘을 키웠다.
저녁때마다 몸 좋은 선임을 따라다니면서 운동을 배우고 매일 운동하는 습관을 들였다. 군대에 들어가기 전에 변하고자 하는 각오를 하지 않았더라면 전역하고 나서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왔을 것이다.
전역하고 나왔을 때는 배에 복근이 있었다. 전역 후에 가장 먼저 헬스장에 등록하러 갔다. 학생 때 이후 첫 헬스장이다. 처음 들어갔던 헬스장은 두렵고 무서웠지만. 그날은 두근거리고 설레는 감정이 컸다. 운동을 어느 정도 했었기에 무서웠던 기구들도 달리 보였다. 그렇게 나는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나는 선수처럼 우락부락한 몸이 아니다. 헬스장 트레이너도 아니다. 자격증도 없다. 그렇지만 꾸준하게 운동했고 지금 내 몸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
과거로 돌아가서 어리고 어린 학생일 때에 나에게 말하고 싶다. 당당하게 살라고. 배짱 있게 살라고. 바꾸고 싶으면 바꿀 수 있고, 지금 현재 너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고. 그러니 용기를 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