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상자산/토큰증권 업계를 이끄는 DSRV 서병윤 소장
어제 날씨 좋은 오후 토큰브라더스의 토큰증권 관련 논문 작성을 위해 국내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및 토큰증권 분야의 최고 전문가 중 1인인 DSRV의 Byeongyun Seo 소장님과 심도 있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바쁘신 중에도 흔쾌히 응해주신 소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자리를 연결해 주시고 함께 인터뷰를 진행한 토큰브라더스의 행동대장 Dahyun Edward Jeong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그제는 DSRV의 김세희 책임연구원 강연을 들었는데, 오늘 이렇게 인터뷰까지 이어지니 흥미로운 인연처럼 느껴졌습니다.
DSRV는 국내 1위, 세계 9위 규모의 이더리움 스테이킹 밸리데이터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입니다. 4조 원 이상의 디지털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커스터디와 블록체인 결제 등 신사업을 통해 매출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6년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며, 얼마 전 약 16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1차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인터뷰 이후 건물 투어도 시켜주셨는데, 테헤란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건물이라고 합니다. 옥상 루프탑은 야외 행사를 하기에도 너무 좋은 공간이더군요. 맥쿼리 재직 시절 루프탑에서 열린 송별회를 떠올리며 개인적으로도 뭉클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미국의 주요 예탁결정 기구에서도 ERC-3643 표준을 통해 KYC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블록체인 기반 규제 준수가 국제적으로 표준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개념설명: ERC-3643>
이 표준을 사용한다는 것은, 토큰을 발행하거나 거래할 때 필수 규제 조건을 코드 안에 미리 넣어둔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토큰을 새로 받으려는 사람이 신원 확인(KYC)을 마쳤는지, 자금세탁 위험(AML)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블록체인이 자동으로 검사·승인 여부를 판별합니다. 조건을 통과하지 못하면 거래는 아예 실행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ERC-3643은 토큰 증권에 자동 출입문을 달아놓은 것과 같습니다. 등록된 사람만 문이 열리고, 규정을 지키지 않은 사람은 안으로 들어올 수 없습니다. 따라서 규제 준수가 사람의 수동적 확인이 아니라 시스템 차원에서 자동으로 보장됩니다.
미국 제도권의 기술적 이해도와 한국의 현실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러한 격차는 정책 수립과 시장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2023년 2월 금융위 발표 자료에서 토큰증권을 “그릇과 음식의 관계”에 비유하여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토큰 증권과 블록체인의 본질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으로, 제도의 핵심을 오해하게 만들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단순한 “그릇”이 아닌 글로벌 네트워크 인프라로 이해해야 합니다. 어떤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선택하느냐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금융 시스템과 투자자 보호에 직결되는 전략적 결정입니다. 이는 인터넷망을 선택하고 구축하는 일과 같은 맥락에서 보아야 하며, 결국 블록체인은 새로운 금융 인프라의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어제 DSRV 김세희 책임연구원이 공청회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블록체인은 또한 인터넷망과 그 위를 오가는 데이터 패킷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 블록체인 = 인터넷망: 전 세계를 연결하는 통신망처럼, 블록체인은 금융 네트워크의 기반이 됩니다.
• 토큰 증권 = 데이터 패킷: 이메일, 영상, 메시지가 인터넷망을 통해 전달되듯, 주식이나 채권 같은 자산이 토큰으로 전송됩니다.
• 규제 준수 = 보안 프로토콜: 인터넷에서 방화벽과 암호화가 데이터의 안전을 보장하듯, KYC·AML 규칙이 토큰 증권의 안전한 거래를 보장합니다.
즉, 블록체인은 단순한 그릇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 인터넷망으로 이해해야 하며, 어떤 네트워크를 선택하느냐는 금융 생태계의 안정성과 직결됩니다.
현재 제시되고 있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에서 토큰화 → 상장 시 전자증권으로 전환” 방식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의 본질적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접근법일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핵심은 누구나 참여하고 중개자 없이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인데,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특정 기관이 통제하므로 사실상 기존 전산시스템과 다르지 않은 구조에 머물 수 있습니다. 결국 상장 시 전자증권으로 전환한다면, 이는 블록체인을 쓴 것 같지만 실제로는 기존 금융 시스템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마치 동네에 자율적 장터를 만들었다고 하면서도, 막상 결제는 대형마트 계산대를 거쳐야 하는 상황과 유사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기업 내부자금 관리 시스템의 잠재력이 논의되었습니다. 즉, 글로벌 기업들이 “전 세계에 있는 달러 유동성이 실시간으로 얼마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현실을 스테이블코인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관점입니다.
삼성이나 LG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세계 여러 나라에 은행 계좌를 갖고 있어서, 지금 이 순간 전체적으로 달러가 얼마나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돈을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꿔 블록체인에서 관리하면, 본사가 전 세계 유동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전 세계에 흩어진 창고를 하나의 디지털 창고로 통합해, 재고를 즉시 확인·이동할 수 있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무역을 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지역마다 달러가 부족하거나 남아도는 불균형에 자주 직면합니다. 이 차이를 해소하려면 은행 간 송금을 해야 하는데, 보통 하루 이상이 걸려 그 사이 자금이 묶이고, 본사는 전 세계 계좌를 일일이 확인해야 해서 지금 어디에 얼마나 달러가 있는지 실시간으로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이런 문제가 크게 줄어듭니다. 지역별 달러 과부족을 즉시 조정할 수 있고, 자금 이동 속도를 거의 실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으며, 본사는 네트워크 상에서 전 세계 유동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는 세계 곳곳에 흩어진 창고마다 따로 물건이 쌓여 있어 재고를 파악하고 옮기려면 며칠씩 걸렸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을 쓰면 모든 창고가 하나의 디지털 창고로 연결되어, 어느 창고에 무엇이 얼마나 있는지 즉시 확인하고 바로 옮길 수 있는 셈입니다.
한국의 무역 시장만 보더라도 연간 수출입 합계가 약 1조 3천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렇게 거대한 거래 규모 속에서 결제 효율성을 조금만 개선해도 수백억 수천억 달러의 비용 절감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전체 시장의 단 1%만 점유하더라도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합니다.
정책 결정자들이 참고하는 자료들이 대부분 오래된 것들이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최신 해외 사례와 기술적 발전상황을 반영한 연구의 필요성이 강조되었습니다.
공직사회의 부패 방지 시스템을 위해 국민권익위원회는 올해 1월 14일 공직자 행동강령을 통해서 공직자가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활용해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없게 했습니다. 따라서 사실상 공무원들은 가상자산을 직접 경험하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물론 직무관련성이 없으면 신고하고 투자할 수 있을 터이나 보수적인 공무원 사회의 속성상 사실상 직접 경험을 시도할 공무원들은 드물지 않을까 생각됩니다(저도 금융기관 재직시절 절차적 번거로움 때문에 실제 투자 경험을 자제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부패를 방지하고자 만든 절차가 가상자산 업무 담당자들로 하여금 실제 경험을 제약해 정책 발전에 걸림돌이 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 같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토큰증권 분야가 단순히 기술적 구현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격차와 제도적 이해의 문제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성공적인 스테이블 코인과 토큰증권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글로벌 표준에 대한 정확한 이해
기술 인프라의 본질적 특성 인식
실무적 활용 방안에 대한 구체적 검토
최신 해외 사례 기반의 정책 연구
결국 성공적인 스테이블 코인과 토큰증권 생태계 구축은 이러한 요소들의 종합적 고려에 달려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신축이라 그런지 건물도 정말 좋네요. 아늑하고 널찍한 지하 1층 공간은 타운홀 미팅으로 사용하고, 지하 2층 공간은 강연장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기계식 주차라 주차공간이 살짝 아쉽기는 했지만 정말 일하고 싶은 공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