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지고,
새들은 떠났다.
물은 식고,
바람은 멈춘다.
남은 건 몇 마리의 하얀 날개.
떠나지 못한 그들은
남아서 하늘을 견딘다.
흐름을 거슬러,
차가운 물 위를 지난다.
비상은 높이 오르는 일이 아니다.
흔들리는 세상에서
자기 무게로 버티는 일이다.
한 마리 백로가
무겁게 날아올랐다.
내일은 찬 이슬 오는 날
'한로(寒露)'
촬영일: 2025. 10. 7. 오전
寒露(한로): 한기(寒氣)가 이슬(露)에 응결한다.
즉, 자연의 온기가 사라지고 생명들이 마지막 숨을 고르는 시점.
— 떠남과 피어남, 생과 멸이 교차하는 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