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의 가을
이달 초부터 중랑천변에는 ‘가을의 전령’이라 불리는 황화코스모스가 활짝 피어났다.
계절마다 다른 꽃으로 물드는 중랑천변은,
언제나 구민들의 산책길에 작은 기쁨을 선물한다.
꽃잎 사이를 날아다니는 어리호박벌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 벌이 코스모스의 꿀을 빠는 모습은 마치 아기가 엄마 품에 안겨 젖을 빠는 듯 다정하고 평화로웠다.
오늘 아침, 브런치 이웃인 모카레몬 님의 글 〈녹의 힘〉을 읽으며 ‘늙음’이라는 단어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글 속의 성경 한 구절이 마음에 남는다.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
— 고린도후서 4:16
‘낡아진다’는 것은 쓸모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무언가를 향해 쉼 없이 나아갔다는 증거이며, 치열하게 살아온 시간의 흔적이다.
낡음은 닳아 없어진 것이 아니라,
삶이 스며든 모양이다.
벌의 해어진 날개는
수천 송이의 꽃을 찾아다닌 여정의 결과이고,
빛이 바랜 코스모스는
가을의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낸 흔적이다.
그렇게 그들은
제 몫의 시간을 묵묵히 견디며 아름다움을 남긴다.
우리도 그렇게 낡아간다.
하루하루 조금씩 낡아가지만,
그 속에는 더 깊어진 지혜와 단단해진 마음이 깃든다.
겉모습은 바래가도, 속사람은 여전히 새로워지고 있다.
오늘도 당신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라나고 있다.
낡음 속에 스며 있는 새로움, 그것이야말로 삶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가장 아름다운 변화일 것이다.
낡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워짐의 또 다른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