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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만화 May 01. 2024

4월의 꽃은 감동과 설렘

좌충우돌 가드닝 일기 - 나는 2년 차 가드너다

4월 중순이 되면서 무스카리와 수선화의 시즌이 어느새 막을 내렸다. 하지만 마당 곳곳에서 새로운 꽃소식이 연달아 도착, 하루가 다르게 예뻐지고 있는 우리 집 미니 정원의 풍경에 점점 빠져드는 요즘이다.


수선화가 끝나면 튤립의 시간이 시작된다. 비록 올해 우리 집 튤립 농사는 실패했지만, 살아남은 튤립 쿄코 다카하시가 하얀 꽃잎 위에 분홍 빛깔을 서서히 물들이며 나의 마음을 달래 주고 있다. 또 다른 튤립 로잘리는 작년에 핀 열 송이 꽃 중 올해는 달랑 세 송이만 개화했다. 하지만 특유의 마젠타 핑크로 튤립 특유의 존재감을 빛내주고 있다.     

튤립 쿄코 다카하시


노지월동에 성공한 물망초가 덩치를 키우며 꽃대를 잔뜩 올렸다. 별사탕 같은 앙증맞은 파란 꽃에 노란색 점 하나가 들어가 있어, 신생아의 바디슈트가 떠올려지는 귀여운 꽃이다.     


물망초의 꽃과 생김새가 거의 비슷하지만, 가운데 노란색 점 대신 하얀색 점이 있는 브루네라. 사실은 전혀 다른 종류의 꽃인 이 녀석은, 하트 모양의 새잎이 땅에서 나온 지 한 달도 안 되어 꽃을 활짝 피웠다. 반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브루네라는 색다른 반음지 식물을 원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꽃이다.


하늘하늘 바람을 타고 사계바람꽃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사계바람꽃은 아침에는 꽃잎을 닫은 채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해가 비추기 시작하면 순백의 청초함을 활짝 열어 튤립의 화려함을 정화시킨다.     


많은 가드너들에게 사랑받는 차가플록스는 색깔과 향기, 크기와 움직임에서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는 꽃이다. 작년 초가을에 심은 단 세 포트만으로 이렇게나 한가득 연파랑 세상이라니! 오후 햇살의 찰랑 거리는 바다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 꽃을 보고 있으면, 세상의 모든 근심과 걱정이 떠내려 간다.

차가플록스가 바람에 춤추고 있다


차가플록스와 함께 봄 정원의 향기를 책임지는 백리향의 꽃도 만개했다. 눈 깜빡하면  여기저기 뻗어 있는 이 아이는, 너무 번지지 않도록 귀찮아도 계속 가위질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4월의 마당을 가득 수놓는 꽃방석 같은 이 아이를 보고 있으면, 가위질은 잠시 뒤로 미루고 연보라의 세상 속으로 녹아들게 된다.

백리향 꽃방석


지난 1월에 파종했던 비올라와 팬지가 마당 여기저기에서 본격 개화를 시작했다. 비올라는 한 송이 한 송이는 조그마한 꽃이다. 하지만 두 송이에서 세 송이, 다섯 송이에서 열 송이 하루하루 꽃송이를 늘려나갈수록 사랑스러움이 가득해진다. 팬지는 비올라만큼 오밀조밀 피지는 않는다. 하지만 존재감만큼은 최강. 마당 어디에 있던 나를 바라보는 팬지의 얼굴은 행복 그 자체다.   

       

만개하고 있는 비올라와 팬지


그러나 이렇게 4월의 봄꽃들에 취해 있을 수만은 없다. 아차 하면 여름과 가을에 보고 싶은 일년초 꽃들을 놓치게 되니 슬슬 봄 파종을 시작할 때다. 그래서 지난 일기에서 주문했던 백일홍과 메리골드, 그리고 작년 여름 너무 늦게 파종해서 실패했던 하얀색과 살구색 천일홍 씨앗을 파종했다.     


작년 가을 정원을 채워 주었던 백일홍의 소중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올해는 백일홍 '마젤란 살몬' 등 다섯 종류를 더 키워서 조금 더 다양하고 풍성하게 백일홍 꽃을 감상할 계획이다. 또 여름과 가을정원에 빠질 수 없는 일년초 메리골드도 '듀랑고 볼레로'와 '스트로베리 블론드' 등 두 종류를 추가로 파종해 팬지와 비올라가 사라지는 여름 이후의 정원에 채워 넣으려고 한다.      

백일홍과 메리골드 등을 파종했다


작년 반음지 구역에 야심 차게 심었던 서양 솔체 스카비오사들이 도무지 싹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니 작년에 심었던 품종이 1년생 스카비오사였다. 그렇게 마당에 빈자리가 생겼고, 4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시 한번 꽃쇼핑의 명분이 생겼다.


반음지 구역 솔체를 뽑아낸 자리를 채울 큰산꼬리풀과 매년 월동에 실패하지만 올해도 노지월동에 또다시 도전해 보는 나비 바늘꽃 '가우라 쿨 브리즈'라는 녀석을 '오월들꽃'이라는 곳에서 데려왔다. 정성스러운 포장과 튼실한 모종, 마음이 따듯해지는 손편지와 디테일한 설명에 감동받아 앞으로도 종종 이용할 예정이다.       

정원지기를 감동하게 만드는 정성스러운 포장과 상세한 식물 설명


그리고 '도개화원'에서 솔체를 파내고 생긴 또 다른 빈자리를 위해 캄파놀라와 추가로 '리크니스 라바'라는 동자꽃을, 숙근과 구근 전문 샵인 '식물마켓'이란 곳에서 반음지 구역을 좀 더 채울 은방울꽃과 숙근 제라늄을 데리고 와서 심었다.

      

또 양지 구역에도 빈자리가 좀 보였다. 그래서 겹루드베키아와 다년생 스카비오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파마 블루'라는 품종을 '다년초사랑농원'이란 곳에서 추가로 데리고 오면서 4월의 꽃쇼핑은 일단 마감했다.      


하지만 이렇게 미니 정원을 새로운 꽃으로 채우기만 한 것은 아니다. 4월 중순이 되면서 디딤석 주변의 마사토 위로 잡초인지, 지난해 꽃들의 새싹인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아이들이 엄청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중에서 메리골드의 새싹이 분명한 아이들과 리나리아 퍼퓨리어 캐넌웬트의 새싹으로 보이는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내가 심지 않은 건 산삼도 잡초다"라는 인스타에서 팔로우하고 있는 '샤샤가든'님의 글이 떠올라 과감히 모두 뽑아 버렸다.     

마사토 위로 올라온 잡초를 뽑고 있다


천인국 가일라르디아의 새싹이 4월 중순을 넘어 우리 집 마당에서 제일 늦게 생존 신고를 마쳤다. 이 녀석은 작년의 봄, 여름, 가을 세계절을 거쳐 꽃을 피우더니, 겨울을 지나 4월의 중순까지 충분한 휴식을 마치고 이제야 새싹을 올리고 있다. 이 속도라면 올해는 작년과는 달리 여름과 가을에만 꽃을 피울 듯.


회색의 겨울을 지나 초록의 새싹들과 함께 하나 둘 선명한 색깔을 칠하며 정원으로 서서히 퍼져 나가는 4월의 꽃은 감동과 설렘이다. 그 감동과 설렘을 가슴에 품고 4월이 막을 내리면 바야흐로 계절의 여왕, 진정한 꽃의 계절, 푸르름의 5월이다.     


새싹이 올라오고 수선화와 튤립이 핀 것이 불과 얼마 전이었다. 이제 곧 장미의 시간이 시작된다. 부풀어 오르는 장미의 꽃봉만큼 만개한 장미를 향한 기대와 바람으로 한껏 부풀어 오르는 나의 마음. 이렇게 흐르는 세월과 가드닝의 행복을 바꾸고 있다.    


그럼 만화의 가드닝 일기 오늘은 이만.

(2024.4.16~4.30)

4월 중하순의 미니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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