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간 여행
1부 감정의 탈진
<홀로 간 여행>
여행조차 가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무엇을 느끼는 지도, 두려워하는 것인지도,
그 두려움에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 보려는 것인지도.
그래서 떠났다.
‘나는 할 수 없는 것인가. 하지 않은 것인가.’
질문의 답을 확인하려는 듯 떠나기 하루 전 모든 것을 결제하고, 환전까지 했다.
생애 첫 홀로 떠나는 여행, 목적지는 교토였다.
걱정 반,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으로 향하는 새벽 시간, 어둑한 동네.
적막 속 유일한 소음, 캐리어 바퀴 소리.
캐리어 구분을 위해 손잡이에 묶어 놓은 주황색 손수건.
손수건은 여행 가는 나의 무사 귀환을 위한 엄마의 의식, 나의 부적이다.
‘아! 나 지금 여행 가는구나!’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이심(eSIM)이 터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등록하라는 대로 했지만 데이터는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교토로 가는 기차가 곧 도착한다고 하여, 이심을 해결하지 않고 기차를 타러 갔다. 당황하긴 했지만, 기분이 상하진 않았다.
‘해결하면 되니까.’
교토역에 도착해서도 이심은 해결되지 않았다. 역무원에게 전혀 못 하는 일어 대신 그냥 못하는 영어로, 호텔로 가는 출구를 물었다.
역에서 나오자, 우중충한 하늘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 날씨가 더 짙은 교토의 분위기를 알려 주는 듯했다. 또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좌측통행하고 있어 익숙하지 않은 차량의 위치가 내가 있는 곳이 일본임을 더욱 실감 나게 했다.
호텔에 도착해서야 이심이 해결됐다. 배가 고팠다. 구글맵을 통해 호텔 근처에 라멘 맛집이 있는 걸 확인하고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다행히 비가 그쳤다.
호텔 근처 라멘집에서 일본에서의 첫 끼를 먹었다. 한국에서 먹은 라멘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성공적이었다. 혼자 먹는 밥이 어색할 줄 알았는데 전혀. 오히려 음식의 맛이 더 잘 느껴졌다.
관광지는 일찍 닫는 것 같아 다음날부터 일찍 움직이기로 했다. 매일 밤에 간식을 먹으며 다음날 계획을 대충 잡아 놓았다.
다음날, 6시에 일어나려 했지만 늦잠을 잤다. 무거운 몸과 눈꺼풀을 해결하지 못한 채, 산에 있는 신사로 향했다. 직진만 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산 전체를 한 바퀴 돌게 되었다. 모르는 산을 아는 산처럼 돌고 잘 내려가다가 길을 잃었다. 역을 찾아가던 중 길가에 파는 도시락과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낱개 유부초밥을 발견했다. 길을 잃은 건 행운이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배고팠다. 유부초밥을 하나 사 먹으며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너무 맛있어서 흥분했다. 한 입 먹고 떨어뜨렸다.
잠시 움직이지 못했다. 많은 생각들이 스쳐 갔다. 다시 사 먹고 싶었지만, 돌아갈 힘이 없었다. 얼른 호텔로 돌아가 조식을 먹었다.
여행 중 텐동집 옆자리에 앉은 한국인과 대화하게 되어 해가 강해 더웠다고 말하자 샤워 티슈를 선물 받았다. 고마웠다. 예전 같으면 이런 것도 인연이라며 SNS를 물어봤을 텐데 오지랖도 줄었다. 그저 그 순간의 고마움으로 충분했다.
오사카로 넘어가는 날 만난 일본인 지인과의 동행도 즐거웠지만, 역시 혼자가 편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공항, 비행기가 지연되자 사람들은 항공사에서 나눠주는 담요와 밥을 받으려고 과격하게 움직였다. 나는 그 소란이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천천히 받으러 갔다. 친구는 영상통화로 혼자 있는 나의 시간을 채워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