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메뉴조차 고를 수 없는,
고장 난 마음

무감각

by 숨 Breath

1부 감정의 탈진


<무감각>


신(육신)은 그간 붙들고 있던 거짓된 동력을 내려놓았고, 심(마음)은 입을 다문 채, 여전히 침묵한다.



모든 게 멈췄다.

.

.

.


다시, 무엇도 느끼지 못할 것 같았다. 내게 허락된 건 조그마한 숨을 쉬는 것이었다.




초점이 흐릿하게 잡힌 길거리 풍경2.jpg


무엇을 하면서 쉬어야 하는 건가? 어떻게 쉬어야 하는 건가? 퇴사하고 흔히들 가는 여행조차 버겁게 느껴졌다. 여행은 일상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해야 하는 일이었다.


여행조차 가기 어려워하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남들이 묻는 말에도 답하기 어려웠다.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이 얼마나 버거운지 나조차 모르겠으니.



“가야 하는데... 움직여야 하는데... 뭐라도 해야 하는데...”



신은 남의 말에 뒷부분만 따라 하며 시간을 늦췄고, 그 틈에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심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침묵 속 알 수 없음이라는 문구. 습관적인 무시가 늦어버린 진심에 손을 뻗지만, 그 방향조차 알 수 없음.




한동안은 먹고 싶은 음식을 모르겠어, 지인들이 가자고 하는 곳을 따라갔다. 거기에서도 메뉴를 고르지 못하겠어, 인기 메뉴만 찾았다.


사소한 결정도 하지 못하고 멍해진 자신이 한없이 이상해 보였다.



단단히 고장 났다.


식당 (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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