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의 역전
1부 감정의 탈진
<낮과 밤의 역전>
아침에 일어나 딱히 정해진 일정이 없는 생활은 시간이 밀리고 밀려 금세 낮과 밤이 역전되었다.
오래전 방학에 어떤 날처럼 요일과 날짜에도 무감각해진 지 오래다.
무력감이 극에 다다랐다. 모든 것에서 지는 느낌이다.
낮에 뜨는 해는 나의 못난 모습을 낱낱이 비추는 듯해 익숙한 밤의 어둠이 편했다.
사람들을 만날 때 드러나는 나의 불완전한 모습들이 보기 싫었다.
그것을 감추기 위해 허황한 허영심만 들어차 거북스러웠다.
돌아오는 길에 그런 말은 입의 단독 행동이었는지,
신(육신)의 명령이었는지, 아니면 심(마음)의 신호였는지.
그날 밤은 자신에게 내려야 하는 심판만이 기다렸다.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공간은 극히 줄었다.
전에는 불편감 없이 만났던 관계들이 이제는 불편해졌고, 더는 만남을 억지로 이어가지 않았다.
불완전한 나를 부정했다. 나약한 모습의 나를, 지지해 줄 수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을 멀리했다. 아니, 사람들로부터 나를 멀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