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산과 숲의 팽팽한 대치 / 샨샨
여행은 길의 연속이다. 실크로드 여행은 더 그랬다. 머무는 건 잠시요, 이동은 길었다. 실크로드 여행은 결코 이름처럼 낭만적인 여행이 아니었다. 한 도시에서 하루나 이틀을 머물면 또 짐 싸서 종일 또는 밤새 이동하는 극한 여정의 연속이었다. ‘버스+기차+도보’의 조합으로만 다니는 우리 같은 개별 여행객은 길에서 시간을 더 쓰게 마련이고 그만큼 몸도 더 고달팠다.
원래는 둔황에서 투루판으로 갈 예정이었다. 720km 거리다. 투루판 조금 못 미친 샨샨(鄯善선선)이란 곳에 사막이 있다고 해서 끼워 넣었다. 샨샨까지 한 번에 가는 법은 없었다. 둔황에서 버스로 2시간을 달려 리우위엔(柳园유원)남역으로 간 다음 고속철로 샨샨북역까지 가는 게 가장 빨랐다.
리우위엔 가는 길은 아무것도 없는 평지 사막 한가운데 아스팔트 도로만 한 줄 나있고 그 길로 차가 달리는 기이한 길 체험이었다. 하필 차도 다 낡은 20인승 승합차라 여행길이 고생길이겠거니 하며 몸을 달랬다. 평지 사막에 보이는 것이라곤 전신주와 풍력발전기 뿐이었다. 허허벌판 한가운데 새로 지은 리우위엔 고속철 역사가 생뚱맞았다. 장예를 벗어나면서부터 줄곧 반복된다. 수백 킬로미터 구간 내내 사막이다가 기차역에 가까워지면 초록이 조금씩 나타나는 현상이.
샨샨북역도 시 외곽에 덜렁 있다. 플랫폼을 나오니 부르지도 않은 환영인파에 시달린다. 빨리 결정하지 않으면 더 시달린다.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발견하고는 눈을 아래로 깔고(눈이 마주치지 않는 게 요령) 삐끼들을 단호하게 물렸다. “부야오(不要, 필요 없어요)!”
샨샨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버스가 시내로 들어오자 호텔들이 보이는 데서 무작정 내려 숙박을 알아보았다. 외국인 숙박이 안된다고 몇 군데서 거절당한 후에야 겨우 숙소를 정했다. 시내는 좁았다.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10분쯤 가니 종점이 바로 쿠무타커(库木塔格) 사막이었다. 샨샨에선 동네 뒷산이 사막이었다.
사륜차를 타고 사막으로 올라갔다. 사륜차를 타는 내내 안전바를 불끈 잡고 안전은 하늘에 맡기고 무서움에 떨었는데 이 기억을 ‘스릴 있다’로 재구성해도 될까? 전망대에 올라가니 사막 너머 도시가 한눈에 들어왔다. 쿠무타커 사막은 세계의 사막 중 도시에 가장 인접해있는 사막이라고 한다. 둔황의 명사산 보다 도심에 더 가깝다. 명사산보다 모래색은 더 붉고 입자는 더 곱고 촉촉했고 사막의 규모는 훨씬 더 컸다.
한쪽은 풀 한 포기 없는 완벽한 모래산, 한쪽은 숲이 우거진 도시다. 사막과 도시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중간 완충지 없이 맞닿아있다고 해서 '사부진녹불퇴(沙不进綠不退, 모래산은 더 나아가지 않고 숲은 더 물러서지 않는다)'라고 한다. 내 눈엔 명사산보다 결코 못하지 않은데 관광객은 몇몇 현지인들뿐이었다.
사막에서 내려왔다. 시내로 돌아가는 버스가 두 대나 연거푸 서지 않고 가버렸다. 버스를 기다리느니 도로를 따라 걷기로 했다. 도로변에 기하학적 무늬 장식의 예쁜 대문들이 눈길을 끌었다. 골목으로 접어들수록 특이한 담벼락과 흙과 나무로 만든 집이 계속 보여 나도 모르게 낯선 동네로 빨려 들어갔다.
마을 전체가 황토집인데 뜰에는 그늘을 만들기 위한 차양이 처져 있고 평상에 침대가 놓여있었다. 식사도 뜰 평상에서 하는 것 같았다. 동네 어귀에선 꼬마들이 뛰어다니고 노인들이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비교적 안정되고 잘 사는 동네 같았다. ‘중국 소수민족 특색 마을’이란 표시가 있었다. 그러니까 이곳은 위구르족 전통 마을인 것이다. 발길 닫는 대로 걸었더니 예쁜 구슬이 발에 차인 느낌이다.
이곳 신장은 대대로 위구르족 삶의 터전이다. 트루판과 샨샨은 서역 가는 길목이라 예부터 흉노족와 한족이 서로 차지하려고 혈전을 거듭하던 곳이다. 그 틈바구니에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생존을 위협받으면서 위구르어와 이슬람교를 지키며 위구르인의 정체성을 이어온 곳이다. 신장과 중국의 갈등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신장위구르의 독립운동을 의식해서인지 길거리엔 민족대화합을 외치는 구호가 유난히 많았다.
사막을 보러 샨샨에 왔는데 덤으로 위구르 마을 구경도 했다. 아직은 위구르인들이 모여 사는 소박한 동네지만, 모를 일이다, 이게 또 언제 관광지화해서 마을 입장료를 받게 될 지. 제발 상업화되지 않길 바란다. 평안 가정, 평안 마을, 평안 위구르를 기원하며 동네를 돌아나왔다.
여행 정보(2016.8)
< 둔황(敦煌 돈황)에서 리우위엔(柳园 유원)을 거쳐 샨샨(鄯善 선선)으로 가기 >
- 둔황은 관광지이긴 하나 버스나 기차 등의 타도시와의 연결 교통편은 그리 좋지 않다.
- 둔황에서 투르판이나 우루무치 쪽으로 가려면 둔황에서 버스로 2시간 떨어진 리우위엔으로 가야 함.
- 둔황시외버스터미널(둔황치처잔 敦煌汽车站) -(버스2시간, 요금42元, 20인승 승합차)-> 리우위엔남역(柳园南站 유원)- (고속철 3시간, 167元(2등석)) -> 샨샨북역(鄯善北站)
- 샨샨북역에서 시내 버스로 샨샨 시내로 들어감.
- 쿠무타크 사막에 가려면 샨샨북역으로 가야함. 샨샨역으로 가면 안됨.
< 샨샨(鄯善) 시내에서 쿠무타커(库木塔格) 사막 가는 법 >
- 쿠무타커(库木塔格) 사막은 샨샨 시내의 남쪽에 위치한다. 현지에선 샤샨꽁위엔(沙山公园 모래산 공원)으로 통함.
- 시내에서 버스로 10여분 거리에 사막이 있음. 시내에서 1번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면 됨.
- 입장료 45元(셔틀 전동차 포함), 사막 정상까지 가는 사륜차는 별도 옵션임 - 1인 150元.
- 아침에 가는 게 좋음. 개장 시각은 숙소에 물어 확인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