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트립 Feb 12. 2022

은퇴부부의 열두 도시 여행살이

남편이 은퇴했다, 시동을 건다

어제 남편이 마지막 출근을 했다. 정년퇴직을 한 것이다. 작년에 명퇴한 나는 계약직으로 재취업해 올 1월에 일을 끝냈다. 그리하여 3월부터 우리 부부는 둘 다 완전한 은퇴자가 되었다. 아이들은 다 성인이고 이미 집을 떠나 있다. 이제부터 진짜 은퇴부부의 삶이 시작된다.

     

무엇을 할까? 무엇이든 다 된다. 선택지가 무궁무진하다. 뭘 하든, 어디에 가서 살든, 뭐든 우리 맘대로 해도 되는 이런 시간이 우리 앞에 펼쳐지다니... 늘 직장 일에, 가족을 돌보거나 관련되는 일에 매여있다가 그 매인 줄이 끊어지는 순간이다. 살다 보니 이렇게 새로 산 하얀 도화지 같은 시간이 내 앞에 놓이기도 하는구나.  

    

뭘 하며 살까? 가장 하고 싶은 것을 먼저 하며 살기로 했다.     


"지금 이 순간 연료가 한정된 차를 몰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누구나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 곧장 차를 몰 것이다. 인생은 '시간'이라는 한정된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가 아닌가. 묻겠다. 왜 유독 인생이라는 차를 운전할 때는 가고 싶은 곳으로 곧장 가지 않는가? 심지어는 연료가 바닥날 때까지 같은 궤도만 뱅글뱅글 돌고 있지는 않은지."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임승수 

    

그렇다. 나는 지금 시간이란 연료를 사용해 달리는 차를 몰고 있다. 내 차는 갓 출시된 새 차가 아니다. 연료도 한정되고 연식도 좀 된 차다. 차도 좀 있으면 조금씩 탈 날 거고 수리해가면서 타야 한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나의 시간 연료는 내 인생 전체의 1/3만이 남아있다. 그동안 2/3를 써버렸다. 이제 피 같은 나의 시간 연료를 내가 가장 원하는 것에 쓰고 싶다. 그게 뭘까?

      

생각해보면, 정년을 한참 앞둔 내가, '안정된 월급 노동자의 트랙'에서 자진해 내려온 건 ‘여행을 다니고 싶어서’였다. 아니 ‘여행으로 살고 싶어서’였다. 앞으로도 1/3의 시간은 쭉 있겠지만 '체력과 건강이 받쳐주는 시간'을 내가 얼마나 가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는 이걸 '빛나는 시간'으로 부르고 싶다. 나에게 유한한 이 '빛나는 시간'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행’으로 우선 채우기로 했다.

     

누구는 세계일주를 하고 돌아와 마지막으로 국내일주를 했다. 우리는 순서를 바꾼다. 2009년 첫 해외여행을 다녀온 이래 더러 해외를 들락거리기는 했다. 그러나 정작 우리 땅은 꼬닥꼬닥 밟아 내 눈으로 유심히 들여다본 기억이 별로 없다. 만 55년의 낮과 밤 동안, 내게 공간을 제공했던, 나의 친절한 초록색 반도는 앞으로 내게 어떤 숨은 속살을 보여줄까? 지구 산책의 첫 발을 국내 산책으로 디뎌본다.


국내 여행 방법은 어떤 식으로 할까? 내가 생각해 본 방법은 3가지이다.     

1) 해안선 연속 전국일주 - 차를 몰고 서해안 북쪽 끝부터 서해안을 거쳐, 남해안, 동해안, 해안선을
                                   중심으로 인근 도시와 내륙 지역을 들어갔다 나왔다가 하며 돈다.
                                   @ 숙박-일일 호텔  

2) 간헐적 전국일주 - 집에서 지내며 '4박 5일 여행'하고 집에 와서 금토일을 보낸 후 다음 여행지로
                             이어서 여행하는 식으로 전국을 돈다. @ 숙박-일일 호텔   

3) 한달한도시 여행 - 한 달에 한도시를 정해 단기 임 대살 이를 하며 그 도시를 중심으로 여행한다.
                            도시를 거점으로 주변 지역을 훑어가는 식으로 여행한다.
                            @ 숙박-한달살이용 단기임대(투룸 or 레지던스호텔) 

    

남편에게 후보 3개를 내놨더니 1초도 고민 안 하고 3)번을 선택했다. 나도 사실 3)번이 끌렸다. 여행이 주가 되고 생활이 여행을 받쳐줄 것이다. 여행지에 밀착된 여행이 가능하다. 자연스레 생활여행이 된다. 3)번이 마음에 드니 3)번의 장점만 보인다.

(1) 숙박비 절감, 총 경비 절감
(2) 현지 문화 밀착 체험 가능
(3) 안정감을 주고, 피로감이 적다.    


내친김에 여행 후보지도 골라야겠다. 어디를 갈까? 특별한 기준은 없지만 내가 사는 곳이 내륙 도시 대구라 바다를 낀 도시가 선호되었다. 가급적 바다를 염두에 두고 지역별 안배와 도시 규모를 고려해서 도시를 선정했다. 이 중에는 아는 숙소가 있어 숙소를 따라 정한 곳도 있다. 12 도시의 라인업을 보자. 


【열두 달, 열두 도시 여행살이】

3월 부산  /  4월 인천 /  5월 제주 /  6월 서울 /  7월 고성 / 8월 여수 /

9월 청송 / 10월 고양 / 11월 서산 / 12월 청주 / 1월 광주 / 2월 목포  

   

원 지도 출처 : daum.net

매달 첫 날은 새로운 도시에서 태양을 맞는다. 12 후보지를 뽑아 놓고 보니 마음은 벌써 길 위에 있다. 당장 부산 숙박지부터 알아봐야겠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