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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트립 Feb 21. 2022

퇴직 후 제주 한달살기? 당근이지!

제주 한달살기 집 구하기

퇴직 후 '한달살기 전국일주' 중입니다. 한달살이와 여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퇴직한 내 또래 사람들은 이제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제주 한달살기 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아직 후자에 속하는 나는 전자로 옮겨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이다.


제주 한달살기 방을 구하려고 인터넷 카페를 뒤지다 보니 제주 한달살기는 퇴직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청년도, 직장인도, 퇴사자나 이직 준비자도, 아이 어린 젊은 부모들도, 혹은 부모님과 아이들까지 거느린 대가족도, 너 나 할 것 없이 한 달 살러 제주에 러시 중이었다. 나만 몰랐나? 한달살기 열풍을?


아침 비행기로 제주 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제주는 초록 이파리가 무성한 나무와 초록 작물로 뒤덮인 밭 풍경으로 나를 맞아 주었다. "아 저기 봐. 2월 육지는 온통 갈색뿐인데 여기 초록색 천지야." 그뿐인가 옥색 바다를 배경으로 살랑거리는 억새와 검은 돌담의 '제주스러움'에 행복 지수가 올라갔고 왜 전국 각지에서 한 달 짐 싸들고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지 폭풍 공감되었다. 육지인들을 '제주의 흙과 돌과 풀과 물'로 품어주고 힐링시켜주는 만병통치의 묘약의 공간, 제주에서 나도 최소 한 달은 붙들려있고 싶어졌다.


내가 부산 3월 한달살기를 앞두고 2월에 제주에 간 이유는 한달살기 집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몇 달 전 4박 5일로 제주 항공권을 끊어놓은 참이라 집도 구하고 여행도 겸할 계획이었다. 지금은 2월, 두 달도 더 남았는데도 5월에 제주에 한 달 있을 방을 알아보다가 기.절.할.뻔.했.다.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코시국이라 머무는 여행이 급증했을 것이고, 해외여행 못간 수요까지 몰리니 제주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건 이해가 된다. 그래도 그렇지. 내가 구하는 분리형 원룸(방1+주방겸 거실. 1.5룸이라고도함)이나 복층형 원룸(아래층 주방겸 거실, 위층 침대)의 한 달 숙소비가 최소 70만~120만원까지 있었다. 이 정도면 서울 원룸 시세다. 투룸이나 미니 독채는 100, 150, 170, 200만... 가격대가 층층이었다.


제주는 한달살기 여행이 정착된 곳이라 한달살기 방은 넘쳐났다. 못 골라서 못 갈 지경이었다. 기간도 일주일살기, 보름살기, 한달살기 단위로 세분되어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부산 한달살기 방 구하는데 부동산을 이용했다가 '거금의 소개료 복병'을 만난 나는 제주만큼은 직거래로 구하려고 맘먹었다. 내가 시도한 방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주 한달살기 방 구하기 방법】

1) 제주 한달살기 인터넷 카페에 가입한다.(카페 종류가 많음)

2) '숙소 구해요' 코너에 글을 올린다.

    이때, 구하는 지역, 임대 형태, 이용 시기, 인원, 희망 금액 등을 포함한다.

 (예시) 제목 : 5월 분리형 원룸 또는 투룸 구합니다

          지역: 무관, 버스정류장 도보 10분 이내

          임대 형태 : 분리형 원룸(복층형 원룸 포함) 또는 투룸

          이용 시기: 5/1~5/30

          인원: 2명

          희망금액: 90만

3) 조건에 맞는 숙소에서 댓글이나 쪽지로 연락해온다.

4) 지도에서 위치를 확인하고 숙소 사진을 검토한다.

   전화로 숙소 상황과 가격 조건을 직접 문의한 후 확정하고 예약금을 보낸다.

  (숙소별 취소 및 환불 조건을 확인해야함)


※ 숙소를 정할 때 내가 고려한 사항

1) 너무 외지지 않을 것. 마을 속에 있고 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

2) 주변 너무 멀지 않은 곳에 슈퍼마켓이나 식당 등 최소한의 편의시설이 있을 것.

3) 바다는 굳이 안 보여도 괜찮음. 바다는 나가서 보면 되니까.

4) 독채에 준하게 독립성이 보장될 것. 당연히 마당이나 뜰이 있으면 더 좋음.

5) 주차가 가능할 것.


※  제주 숙소 구하기 팁

1) 성수기 7월과 8월을 피하면 숙소값이 조금 하향됨.

2) 숙소별 자투리 할인을 공략하면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할 수 있음.

항공사의 땡처리 비슷한 개념이랄까? 숙소 주인이 이미 예약된 시기 사이에 날짜를 고정해서 할인을 내는 식이다. 이 기간에 맞춰 제주 동쪽, 서쪽으로 옮겨다니며 한달을 살아도 됨. 1주+3주. 혹은 2주+2주...

3) 예약금 환불 조건을 잘 비교해야 함. 한달 전 100%, 어떤 곳은 두달 전 100%...


과연 인터넷으로 위 고려사항 5가지를 충족하면서 동시에 90만원 이내인 투룸을 구했을까? 음~ 구하긴 구했다. 월세 90이하로 세화항이 가까운 마을의 농가주택으로 구했다. 엄밀히 말하면 독채나 다름없는 화장실 딸린 원룸 2개와 주방. 예약금은 미리 보낸 상태이고 직접 제주에 온 김에 집을 확인해보니 위치도 내부 컨디션도 인터넷 정보와 다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가 정한 한달살기 예산 중 숙박비 상한인 100만원에 맞추게 된 점이 좋았다.


나의 지인은 올 3월에 방 3개 독채로 한달 350만원으로 계약했다고 한다. 애견 동반에 식구가 셋이라 넓은 걸 구했다고 했다. 나도 모처럼 별러서 가는 제주, 과감하게 돈 더 써서 좀 더 폼나는 독채로 구해볼까 유혹이 들기는 했다. 그래도 어쩌다 한 달 여행하는 사람과, 제주뿐 아니라 계속 도시를 옮겨 다니며 한달살기로 여행하는 내가 같을 순 없지. 한 달 여행 경비를 숙소비에 몰빵 할 순 없다. 여행 지출도 나 스스로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숙소 그림도 그려졌겠다, 제주 한달살기 버킷리스트를 뽑아 보았다.

1) 오일장에 가서 장보기

2) 읍내 도서관에 가서 책 빌려 보기

3) 제주 현지인들의 사는 이야기 듣기 - 아마도 숙소 주인, 식당 주인이 유력(?)

4) 해거름에 노을진 바닷 산책하기

5) 육지에서 건너온 지인의 관광 가이드 하기

6) 현지인 가성비 맛집 발굴하기

7) 나만의 테마로 제주 여행하기 - 지질 트레일 걷기, 화산 지형 답사, 4·3 다크 투어


하도 해변에서 시작해 지미봉을 올랐다가 둘레길을 돌아 숙소로 오다가 당근밭을 만났다. 당근밭에 흐드러진 출하 직전의 당근색 당근이 시커먼 흙과 대비되어 진풍경이었다. 지금 제주는 당근 수확철이다. 내가 구한 제주 구좌읍의 한달 숙소도 마침 당근밭 바로 옆이다. 당근은 구좌읍 특산물이라고 한다.


수확 작업 중인 당근밭


갑자기 당근과 인연이 깊어졌네. 퇴직 후 로망이 이제 눈 앞에 왔다. "제주 당근밭 옆집 한달살기? 당근이지!"




## 이렇게 해서 3월 부산, 5월 제주 집은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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