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도시, 여행하며 살기, 살며 여행하기" 듣기만 해도 가슴 뛴다. 상상만 해도 신이 난다.
둘 다 은퇴한 우리 부부는 아이들도 다 객지에 있어 우리가 우리 집에서 살든 어디서 살든 우리가 정하면 된다. 그래서 한 달에 한도시씩 옮겨 다니며 여행살이를 해보기로 했다.
요즘 제주도 한달살기에 이어 강릉이나 속초 한달살기도 많이 한다고 하고, 경남이나 전남 같은 지자체 차원에서 한달살기 프로그램도 운영한다고 한다. 바야흐로 국내 곳곳이 한달살기 열풍이다.
그러나 아무도 지원해 줄 리 없는 '내돈내산, 내돈내여행족(族)'인 우리는 돈 문제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여행의 컨셉은 '한도시에 숙소를 구해 한 달간 머물며' 여행하는 '생활여행'이다.
언젠가 인터넷 은퇴자 카페에서 본 건데 '집을 가진 우리나라 은퇴 부부가 자기 집에서 한 달 사는데 드는 실비용이 300만 원'이라고 한다. 살림해본 주부로서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비용이다. 생활 경비도 여행 경비도 사람 따라 다 다르겠지만 위에서 말한 월 300만원을 염두에 두고 내가 잡아본 한 달 여행 예산은 다음과 같다.(세금, 건강보험료 등은 고려하지 않음)
【한 도시 한달살기 예상 경비(2인 기준)】
(1) 숙박비 한달 임대료 100만원(관리비와 전기 및 가스료, 부동산 중개수수료 포함)
(2) 식비(2인) 1일 4만원×30일=120만원
(3) 개인 잡비 1인당 20만×2명= 40만원
(4) 차량 유지비(기름, 톨비) 20만원
(5) 예비비 20만원
================================= 한달살기 총 경비 300만원
(6) 원래 살고 있는 우리 집의 유지비 : 월 20만원(월 관리비, 가스비)
%% (6)까지 포함하면 한달살기 총 경비 320만원
만약 우리가 여행을 가지 않고 집에서 일상생활을 한다면 위 항목 중 외식이 줄어들테니 (2)번이 조금 줄고 그 대신 문화센터에 뭘 배우러 나가거나 헬스장 또는 수영 등 운동 교습비, 지인을 만나는 교제비가 들테니 (3)번 항목이 더 많이 나가겠지. 계산을 단순하게 하기 위해 이 둘의 증감치가 서로 같아 상쇄된다고 치자.
결국 여행살이 하지 않으면 (1)번이 빠지니 남편과 나 두 사람 일상 생활비는 월 220만원이요, 도시마다 한 달씩 옮겨 다니며 살면 월 320만원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여행하면서 살기 위해 우리가 추가로 지불해야 할 비용은 한 달 100만원이다. 1년 국내 여행살이 비용이 1,200만원인 셈이다. 다행히 우리 부부가 감당할 범위 내의 비용이다. 1년에 1,200만원으로 두 사람이 전국일주할 수 있다는 데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어차피 은퇴한 우리는 매일 다녀야 할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며칠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해야 할 고정 활동도 없다.
한 도시씩 옮겨 다니며 베이스캠프 삼아 여행하며 살아보는 거야. 어차피 인생이 여행인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