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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트립 Feb 17. 2022

부산 한달살기 방 구하기와 원룸의 추억

방 구하기 실전

퇴직 후 '한달살기 전국일주' 중입니다. 한달살이와 여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3월은 부산살이다. 부산 한달살의 첫 단추는 방 구하기부터. 오늘 방 구하러 부산에 갔다. 사전 조사를 거쳐 우리 부부가 고른 지역은 지하철 2호선 부경대경성대역 부근 원룸촌이었다. 광안리 바다까지 차로 10분 이내로 갈 수 있는 입지가 맘에 들었다. 대학가라 이 많을 테고 틈새 임대로 3월 한 달만이라도 방을 빌려줄 집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혹 몰라서 예비로 인터넷에서 수집한 연산동과 서면의 단기 임대 오피스텔 전화번호도 준비는 해뒀다. 사실 한달살기용 방 구하려고 인터넷 뒤지다가 폐인되는 줄 알았다. 틈만나면 검색질... 새벽 두 세시까지 잠도 안자고 가열차게 뒤지고 있었으니까. 돌연 검색을 끊고 직접 부산에 내려 가서 '현장에서 부딪혀 보기'로 했다.

 

대연동 원룸촌. 인근에 경성대, 부경대, 동명대가 있음. 


경성대 부근에 차를 세워두고 중년 부부 한 쌍이 인근의 부동산을 탐문하기 시작했다.

"저, 단기 임대도 취급하시나요? 3월 한 달 빌려줄 방을 찾는데요."

"지금은 신학기철이라 한 달짜리 방 없어요. 주인들이 3월부터 1년으로 놓으려고 하죠."

대학이 100% 대면 수업도 아닐 텐데 부동산 중개소 세 군데 간 곳마다 똑같이 대답했다.

'한달살이 동네로 대학가를 잘못짚었나?'


그러다가 부동산 한 군데서 주인에게 한 달간 방을 세놓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 연락해주겠다고 했다. 조금 기운이 났다. 내친김에 부동산 입질을 계속했다. 일이 되려는지 다음 부동산에서는 더 적극적인 서비스를 했다. 그 자리에서 주인과 통화하더니 집을 보여주겠다고 한 것이다.

'그렇지 중개 서비스는 이렇게 하는 것이야. 수요가 있으면 수요에 맞게 공급을 이끌어내야지.'


우리의 조건은 투룸이나 분리형 원룸(1.5룸이라고도 한다. 방과 주방 겸 거실). 우리가 볼 집은 엘리베이터 없는 다세대주택 4층 투룸에 임대료 월 60만 원이라고 했다. 직접 가보니 투룸이 아니고 1.5룸에 가깝다. '방 1개 + 초미니 거실 + 바깥 베란다에 싱크대 달아 만든 주방'. 방을 구하다보니 원룸도 다 같은 원룸이 아니다. 부동산에서 구별하는 원룸 용어부터 정리해 보자면?

 

【원룸의 종류와 구분】
1) 원룸
 - 오픈형 원룸 : 주방 딸린 방 1개 + 욕실. 현관에 들어섰을 때 욕실을 제외한 전 공간이 보이는 구조
 - 분리형 원룸=1.5룸 : 방 1개 + 주방 + 욕실. 방과 주방이 문이든 구조상이든 분리되는 구조
 - 복층형 원룸 : 오픈형, 분리형 중 하나로서 방이 복층으로 되어있는 구조
2) 투룸 : 방2개+주방+욕실


가격과 구조 조건은 맞았으나 건물이 노후해서 방도 거실도 전반적으로 후줄근했다. 반면 세면대와 변기는 비교적 새 것이라 욕실 컨디션은 괜찮았다. 전체적으로 고만고만했고 못 지낼 정도로 험하지는 않지만 완전히 산뜻하지도 않은 그런 숙소였다. 상, 중, 하, 3단계 중에서 '중' 정도 되겠다.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나오니 마침 다른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월 70만'이라는데 이건 분리형 원룸이 아닌 오픈형 원룸이었다. 네모난 공간에 주방이 같이 있는. 처음 본 것보다 방 컨디션도 건물 위치도 나쁜데 가격은 더 비싸다. 더 돌아볼까 하다가 한 달짜리 집 구하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너무 쓰기 싫어 처음 본 집으로 결정했다. 고민의 시간은 짧을수록 좋다.

 

부산 대연동의 한달살기 숙소, 분리형 원룸(1.5룸)


방, 거실, 주방


완전히 맘에 드는 방은 아니었지만 무난하게 구한 것 같다. 남향이라 햇빛도 잘 들고 주차도 가능하다. 역세권에 구립 도서관도 걸어서 20분, 맘만 먹으면 바다까지도 걸어서 갈 수 있다. 근처에 재래시장이 있어 장보기 좋고 먹거리 골목도 멀지 않아 밥 사 먹을 곳도 많다. 자기 결정을 사후 미화하기 위해서 장점만 늘여놓는다.


1인가구가 많이 사는 동네라 그런지 시장의 야채도 소량 단위로 판매한다. 


부동산 사무실에서 계약서를 썼다.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60만 원. 전기와 가스는 별도이다. 계약서를 읽다 보니 퇴실 시 청소비 10만 원이다. 헐~ 그럼 월세가 70인 셈이네? 이게 다가 아니란다. 부동산 소개비도 24만 원을 부른다. 배꼽이 배 밖으로 튀어 나올 판이다. 실랑이 끝에 청소비는 퇴실 시 쌍방 협의해서 하는 것으로 바꾸었고 소개비는 10만 원으로 협상했다.


정리하면, 【부산 한 달 주거비】

                1.5룸 월 임대료       60만원(관리비와 인터넷 포함)

                부동산 소개비          10만원

                전기 및 가스 사용료  7만원(예상, 후불)

                퇴실 시 청소비           3만원(예상, 후불)

                    ================================

                                               총80만원

 

'한달살기'니 '여행살이'니 남 듣기에만 낭만적이지 현실은 원룸살이군. 33년 전 결혼할 때 얻었던 보증금 150만 원에 10만 원짜리 단칸방 월세방이 떠올랐다. 그리고 아이들 대학 때 대학가에서 원룸 얻어줬었지. 그런데 은퇴한 우리 부부가 멀쩡한 제 집 놔두고 이 나이에 대학가 원룸에서 자취하게 될 줄이야. ㅎㅎ


대학생, 유학생, 외국인 노동자 등 1인 가구가 많이 사는 대연동 원룸촌


방 구했다고 부산에 사는 지인에게 전화했더니, 첫마디가 "아, 대연동? 거기 평지라서 좋아", 또 다른 부산 출신 친구는 "거기 부자 동넨데?" 한다. '아, 왕년에 고급주택 많던 평지에 우리가 입성하는 거구나.' 평지 도시 대구 출신인 우리에게는 집 구할 때 '평지냐 아니냐'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평지가 부족해 비탈진 산자락까지 빼곡히 집 지어 사는 부산에서 집터로서의 '평지'는 이런 의미였구나.


어쨌든 우리가 구한 부산 집 동네는 고급주택지 평지에, 광안리 바다까지 가까운 동네다. 이제 방도 구했겠다. 3월부터 '원룸의 추억, 시즌 2'가 시작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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