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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트립 May 24. 2024

특명, 오늘의 잠자리를 구하라!

10. 사진보다 좋은 집, 똑같은 집, 못한 집

언젠가 '하말넘많'이란 유튜브에서 TK 사투리 강좌를 재미있게 본 적이 있다. 여행지 숙소에 관한한 나도 이제 '하말넘많'이 되어 버렸다. 단 한 차례의 여행으로 숙소 경험 데이터가 290개 생겨 버렸으니.


숙소는 현지 여행비의 절반이다. 한달살기 등 장기체류형이 아닌 며칠씩 머물렀다가 옮겨 다니는 일반적 여행이라면 이 공식은 거의 변함없다. 실제로, 유럽 1일 30만원 여행 경비에서 1일 평균 숙박비는 14만원이었다. 여행에서 숙소는 경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이나 중요하다. 여행을 재생산하려면 잠을 잘 자야 하니까.



호텔이냐 공유숙박이냐


여행지에서 만난 숙소는 대부분 다음의 네 종류 중 한 개에 해당했다. 숙소별 장단점도 같이 적어 보았다.

호스텔과 한인민박을 호텔 범주로 넣으면 숙소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다. 호텔이냐 공유숙일박이냐. 공유숙박은 사실상 에어비앤비 회사 하나밖에 없다. 


에어비앤비는 특성상 예약 전에 위치를 정확히 알수 없고 체크인이 불편하고 호텔에 비해 숙소의 질의 폭이 크다는 이유로 거의 이용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세계 여행에서는 주방을 쓸 수 있고 가용 공간이 넓다는 장점 때문에 대부분 에어비앤비에 묵었다.



에어비앤비, 사진보다 좋은 집, 사진과 똑같은 집, 사진보다 못한 집


에어비앤비 숙소는 딱 세 등급이다. 사진보다 좋은 집, 사진과 똑같은 집, 사진보다 못한 집. 잘 고르면 에어비앤비만큼 만족도 높은 숙소도 없다. 1년에 220번 넘게 이용한 에어비앤비 단골로서 에어비앤비 숙소 잘 고르는 법을 한번 풀어보겠다.


< 에어비앤비 숙소 구하는 요령 >

1) 필터링 기능을 이용한다. 가격과 조건. 가격은 10유로나 10달러, 우리는 단독 등
 
2) 평점 4.5이상 중에서 고른다 .- 숙박객은 평점을 지나치게 후하게 준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3) 에어비앤비는 사진으로 말한다.
제공하는 모든 사진을 꼼꼼히 봐야 한다. 요리를 해야 한다면 화기 사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간이주방도 의외로 많다. 우리가 정한 숙소의 기준은 딱 세 가지였다. '주방(화기)이 있을 것, 테이블과 등받이 의자 2개 있을 것, 원룸은 피한다.' 

4) 후기를 전부 읽는다. 이 때 행간도 읽어야 한다. 지하철과 도보 거리인지, 숙소 주변에 식당이나 가게가 있는지, 숙소가 너무 외진 곳에 있지 않은지 등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5) 에어비앤비 숙소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라. 식당 추천도 해준다. - 필요한 것을 추가로 요구한다(담요나 충전용 어댑터 등)

6) 결정적 하자가 있다면 변상을 요구하라. 
런던 숙소는 조식을 준다고 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제공되지 않아 숙박 후 숙소 주인에게 언급했더니 50파운드를 변상해주겠다고 했다.

7) 열쇠를 내 몸 같이. 
미국은 디지털도어락이 많았는데 유럽과 남미는 호스트로부터 열쇠를 전달받거나 열쇠함 비번으로 열쇠를 찾아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보통 공동현관과 숙소의 열쇠 세트는 2개 이상이다.(로마에서는 열쇠 4개를 열어야 숙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열쇠를 잃어버리면 변상 금액이 커지니 조심해야 한다.  


메종(와인 제조장)을 개조한 숙소(프, 디종) & 고성(사또) 숙소(프, 마콩)
별장 독채(미, 오크허스트) & 캠핑카 숙소(미, 살리나스, 집 뜰에 세워둔 캠핑카에서 1박)



좋은 에어비앤비, 나쁜 에어비앤비


가장 좋은 에어비앤비 숙소는 호스트가 사는 집에 별채를 독채로 놓는 경우이다. 독립적이면서 호스트의 도움을 언제든 받을 수 있다. 


1인 여행자라면, 전용 욕실이 딸린 방 1개를 빌리는 것도 괜찮다. 파리에서 혼자 2박한 숙소는 호스트 가정(할머니와 딸, 손녀 3명이 사는 집)에 내가 가족의 일원 내지 초단기 하숙생이 되어 지낸 기분이었다.


피해야할 숙소는 숙박객들끼리만 있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주방과 거실 1개 객실 3개 있는 집을 통째로 에어비앤비로 운영하고 호스트는 따로 사는 경우이다. 다른 객실에 어떤 손님이 있을지 모르니 결코 안전하다고 할 수 없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이 어렵다. 런던의 숙소가 이런 경우였는데 전기에 문제가 생겨 폰 충전이 안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스페인에 머물고 있는 주인과 연락해 두꺼비집을 조작해서 겨우 조치했다. 


유럽과 남미는 지상층은 0층 또는 그라운드층(G), 베를린에서 엘베없는 5층 숙소 예약했더니 6층이었다는ㅠ. 열쇠함 비번을 받아체크인하는 숙소가 많았음.




숙박도 여행이고 현지 주거 문화 체험이다. 주방이며, 욕실이며, 사람 사는 모습이 크게 다른 것 없으면서도 문화권별로 조금씩 달랐다. 페루 리마의 아파트에서는 LG가전제품 일색이라 한국 아파트에 와 있는 것 같았다. 미국에서는 통나무집 별장에서 자기도 했고 단독 주택 마당에 세워놓은 캠핑카에서 묵은 적도 있다. 


변기외 비데가 따로 설치된 유럽과 남미의 욕실, 샤워실 벽면에 히터가 보임.


늘 그렇듯이 여행은 '낯선 곳에서 비슷한 점 찾기와 다른 점 찾기' 놀이다. 개성있는 숙소에서 묵어 보고 비슷한 듯 다른 듯한 숙박 문화를 체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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