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건 사진뿐이야." 관광지에 가면 꼭 들려오는 말이다. 누구나 좋은 기억을 오래 보관하고 싶다. 그러나 기억에는 한계가 있는 법. 다들 사진에라도 의존해 기억의 유통기한을 늘이고자 애쓴다.
세상에 똑같은 여행은 없다. 자유여행은 더욱 그러하고 단체로 같은 데를 가고 같은 걸 먹고 다닌 패키지여행이라 해도 똑같은 여행은 없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일회성으로 존재하는, 나만의 '소중한' 여행을 어떻게 보관할까?
여행 사진은 구름 위에 보관하라
여행의 1차 보관법은 주로 현지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사진 찍기와 메모, 쓴 돈 기록하기 등이다.
첫째, 사진 찍기
사진 찍기는 여행지에서 쉴 새 없이 하는 행위니 더 언급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사진 덜 찍기를 강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무분별한 사진 찍기는 '보고 고르고 지워야 하는 노동'을 필수적으로 수반한다. 이것 또한 참 많은 시간과 손가락 노동이 들어간다.
둘째, 여행 가계부 쓰기
여행 가서 한 모든 행위에는 돈이 따라간다. 그러므로 지출의 기록은단순한 회계가 아니라 그 자체로 자료가 된다. 본인의 여행스타일도 알게 되고 다음 여행 예산을 세울 때 도움이 된다.
요즘에는 편리한 여행가계부앱이 많다. 본인 스타일에 맞는 것으로 쓰면 되고 내가 쓰는 걸 소개하라면 '트라비포켓'을 추천한다. 현지 화폐와 원화를 같이 알려주고 엑셀 전환이 돼서 편리하다. 귀국 후 평소 생활가계부로도 계속 쓰는 중인데 아무 불편이 없다.
여행가계부 트라비포켓의 여행 폴더별 기록
셋째, 사진은 구름 위에 보관하라
사진을 USB나 외장하드에 보관할 수도 있다. USB는 용량이 적고 외장하드는 무겁다. 둘 다 분실의 위험도 따른다. 추천하는 사진 보관법은 클라우드 보관이다. 구글드라이브나 아이클라우드, 네이버 마이박스(MYBOX) 등을 이용하고 필요하다면 유료 추가구입을 하자.
나는 한 나라 여행이 끝날 때마다 날짜별로 폴더에 날짜별로 주제별로 정리된 사진을 네이버박스에 업로드시켰다. 남미의 어떤 나라도 인터넷 속도때문에 업로드에 불편을 겪은 적은 없다. 클라우드 보관법의 가장 큰 장점은 도난의 위험에서 완전히 해방된다는 점이다. 폰을 잃어버려도 노트북을 잃어버려도 구름 위에 보관시킨 사진은 아무도 훔쳐갈 수 없다.
네이버 마이박스에 올려둔 여행 사진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업그레이드된 여행 보관법은 여행을 가공해 보관하는 방법이다. 이것을 여행 2차 보관법이라고 해두자. 알알이 존재하는 정보와 경험의 구슬을 나만의 방식으로 꿰어 엮으면 생각보다 근사한 보배가 된다. 블로그나 브런치 등에 여행기로 올리는 방법이다. 내 친구는 여행지에서 그림을 그린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라 더 값져 보였다.
여행 일기도 좋고 여행 에세이도 좋다. 여행 정보를 나누는 기록도 좋다. 블로그나 브런치에 업로드시켜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 내 여행이 훨씬 돋보이게 남는다. 다만 여행이라는 게 시의성이 있다 보니 여행 글도 그때그때 쓰는 게 가장 좋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노트나 수첩에 어디든 써보자.
나는 브런치에 여행글을 올렸는데 300일 여행 후 50여 개의 글이 모였다. 여행 후 남는 건 사진뿐이 아니었다. 글도 남았다. 그만큼 내 여행도 진하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