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트립 May 22. 2024

해외 가서 뭐 먹지?-맛집 발굴법과 요리하기

9. 식.후.경, 맛집 찾기와 한식 비법

여행 가서 하는 행위는 크게 두가지이다. 보는 것과 먹는 것. 해외 여행에서 새로운 곳을 보러 다니는 사이 사이 무언가를 먹는 행위가 하루 세 번은 일어난다.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관광 사진 만큼이나 음식 사진이 폰에 빼곡하다. 이러니 어찌 먹는 것이 보는 것에 밀릴 수 있을까? 음식은 여행의 일부가 아닌 여행의 거대한 축이다.



여행지에서 무엇을 먹을까?


여행지가 정해지고 대략의 계획이 섰다면 여행지 음식도 찾아보자. 음식도 미리 공부해가면 더 맛있게 더 재미있게 더 즐길 수있다. 여행이 꼬여 고생스러울 때 혹은 어렵사리 찾아간 곳에서 실망했을 때, 우연히 맛있게 먹은 한 그릇의 음식은 모든 걸 보상해주고도 남는다.


가이드북과 유튜브, 넷플릭스 등을 통해 나라별 대표 음식과 길거리 음식, 음료와 술을 찾아 보고 '현지에서 먹을 것' 리스트를 만들면 좋다. 여행 국가의 음식 문화와 식당 문화를 알아보면 더 좋다. 여행지에서 식당 찾는 법을 공유하겠다. 미리 밝혀 두지만, 특별한 비법은 없다.


< 여행지에서 맛집 찾는 법 >

1) 취급하는 메뉴가 많지 않을 것
2) 관광지 바로 앞의 식당은 피하라 - 한 골목만 안으로 들어가도 한결 낫다.
3) 현지인이 많은 곳이 답이다.
4) 구글 평점도 도움이 된다. - 메뉴판도 있어 음식을 미리 정하고 갈 수도 있다.
5) 현지인의 추천을 받는다. - 숙소 주인의 추천은 매우 도움이 된다.
6) 한 식당이 만족스러웠다면 그곳을 다시 간다. - 다른 메뉴도 맛있을 가능성이 크고 직원과 친해져 현지 정보을 얻는데도 도움이 된다.


맛집 찾기는 쉽지 않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고르고 고른 식당이 별로인 경우도 있고 즉흥적으로 끌려 들어간 식당이 대박인 경우도 있다. 자꾸 훈련해서 맛집 승률을 높여가는 방법밖에 없다. 연습만이 살길이다.



한국 사람 한식으로, 길이 여행하세


과거 한 달 정도의 해외 여행에서 음식 때문에 힘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여행 짐에 라면 하나 넣어 간 적이 없었다. 그런데 여행이 두 달이상이 되고 날씨가 쌀쌀해질 때마다 따뜻한 국물 요리가 간절했다. 한 그릇 먹어줘야 원기가 회복될 것 같았다. 오륙십대 장기 여행자인 우리에게 한식은 필수였다.

여행지 마트에서 찾은 스시용 쌀과 간장


현지에서 한식당은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일단 비싼 데다가 현지인 입맛에 맞춘 거라 원래 맛에 못미친다는 이유에서였다. 289일 여행 동안 한식을 사 먹은 건 멕시코의 메리다에서 냉면과 비빔밥,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제육볶음을 먹은 게 다였다.


여행지 마트에서 장봐서 한식을 해먹은 경험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300일돌아다녔던 유럽, 미국과 중남미의 주된 음식은 '고기, 치즈, 야채샐러드(토마토, 오이)'였다. 가장 힘든 게 따뜻한 국물 요리와 데친 야채(숙채)를 먹을 수 없었던 점이다. 여행에서 만난 한국 여행자(2년째 여행 중)도 그렇게 말했다.


< 유럽, 미국, 중남미에서 한식으로 살아남기 >

1) 아시아마트나 한국식료품점 이용 - 유럽과 미국의 아시아마트를 가거나 멕시코와 남미의 수도에는 한국식료품이 1개는 있다. 쌀, 김, 건미역, 고추장, 간장(중국이나 영국 진간장), 참기름 등을 구입함.
 
2) 밥 - 리조토용 쌀이나 스시용 쌀을 구입하면 우리나라의 찰진 밥에 가까운 밥이 된다. 남미에서는 페루  쌀이 한국 쌀에 가장 가까웠다. 도시 이동 전에 쌀이 남으면 누룽지를 만든다.

3) 김밥 - 스시용 쌀로만 가능. 김, 오이, 당근, 달걀 등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듦.

4) 미역국 - 코인육수와 불린 미역을 넣으면 됨. 여기에 수제비 반죽을 떠 넣으면 훌륭한 한 끼가 됨.

5) 숙채 - 유럽과 남미에서는 볶거나 데쳐 먹을 잎파리 채소가 적음. 상추를 데쳐 무쳐 먹어도 됨.(우리나라 상추보다 억세기 때문에 가능), 상추, 미역을 무치고 고추장 넣어 비빔밥을 만들어 먹음.

6) 물김치 - 에콰도르 키토와 멕시코 산크리스토발에서 배추와 열무 비슷한 것으로 물김치를 담아 먹음.(밀가루, 배추, 소금, 마늘, 생강이 있으면 가능.)

7) 야채 장아찌 - 오이, 양배추, 파프리카 등의 야채와 식초, 소금만 있으면 맑은 장아찌가 가능함.

8) 야채전 - 가지전, 배추전, 양배추전 등


어쩌다 대도시 한국 식료품점에 가면 고추장과 김을 구할 수 있어서 모처럼 비빔밥도 김밥도, 주먹밥도 만든다.  


밀가루만 있으면 각종 야채전도 뚝딱, 수제비도 만들어 먹는다. 월남쌈을 팬에 부치면 만두가 된다.




이민자들이 새 나라에 가면 그들의 음식과 식재료를 가장 먼저 갖고 간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사람의 입맛은 그 사람의 뿌리요, 정체성이다.


우리가 여행한 곳이 밀 문화권과 옥수수 문화권이다 보니 밥과 채소 중심의 한식을 해먹기 어려웠다. 중남미에서는 배추나 무가 정말 귀했다. 내 입에 맞는 식재료로 내 입에 맞게 해먹을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결핍에 이르러야 진짜 소중한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다.


귀국해서 한식 식재료를 맘껏 살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다. 그래서 요즘 한식의 즐거움에 푹 빠졌다. 올 봄에는 고추장과 된장을 담아 지인들과 나누었다. 고추장과 된장은 우리 선조가 발명해낸 세계 최고의 발효 소스요, 우리 후손이 받은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쌀 소비량이 최근 몇 달간 늘었다면 그건 단연 우리집 때문일 것이다.



이전 08화 스마트폰이 네 여행을 자유케 하리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