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결로 빚은 문장 3부 | EP.06
가로등 아래,
빛이 제 발등을 가만히 덮었어요
그게 정말 빛이었는지,
누군가의 체온이었는지
그건 잘 모르겠어요
조금 따뜻했고,
그래서인지 조금 슬펐어요
그러다
누군가의 손이
제 손목에 천천히 닿았어요
아주 짧은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어요
아직 돌아보지 않았지만,
그 온기만으로
누군지 알았어요
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죠
빛이 흔들렸고,
그 사람의 눈도
그 안에서 떨리고 있었어요
숨이 목에 걸렸어요
무슨 말을 해야 할 것 같았지만,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고,
가슴이 먼저 조용히 내려앉았어요
한 발만 더 오면 안 되는 걸 아는데-
이상하게...
한 발짝도 물러날 수 없었어요
그의 손길은
너무 조심스러웠어요
어떤 말보다
조용하게 다가왔거든요
마치 묻는 것 같았어요
‘지금이라도 괜찮냐’고.
‘다시 잡아도 되냐’고.
그 따뜻함은
예전엔 참 익숙한 온기였는데-
지금은,
이상하리만치 낯설었어요
익숙했던 게 낯설어질 때,
마음이 먼저
살짝 움츠러드는 걸요
그래서 저는
눈을 감았어요
짧게 숨을 고른 뒤,
그 손길을 천천히 밀어냈어요
그가 다치지 않게.
저도 상처내지 않게.
하지만,
되돌릴 수 없게.
그의 손은
아무것도 잡지 못한 채
허공에 남겨졌고,
그 순간
그의 눈빛 안에서
작은 떨림이 번졌어요
저는 고개를 숙였어요
그를 외면하려는 게 아니라,
차마 볼 수 없어서요
그리고,
그에게서 한 걸음
조용히 물러섰어요.
바람이 지나갔어요
끝내 하지 못한 말들이
그 바람에 실려
그를 향해 흘러갔어요
저는,
그 말들이
닿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닿기를 바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