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으로 마음을 입다 | EP.01
말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다.
그런데 그 고요가 꼭 외로움은 아니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데,
그게 외로움은 아니었어.”
ㅡ
오랜만에 조용한 공간이 필요했다.
누구의 말도 깊이 들어오지 않았고,
반응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저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ㅡ
맑지만 차갑지 않고,
청명하지만 쓸쓸하지도 않은 블루.
격한 파동이 가라앉고 난 뒤,
수면이 고르게 펴지는 순간의 색.
이건 침묵의 색이 아니라 회복을 위한
숨의 색이다.
ㅡ
창밖을 오래 바라보았다.
구름이 천천히 밀리고,
나뭇잎이 가볍게 뒤집혔다.
창문 가장자리에는
빗방울이 지나간 자리에
얇은 물무늬가 남아 있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은
그 무늬를 따라 서서히 정돈되었다.
ㅡ
사람은 조용해질 때마다
자신과 다시 연결된다.
오늘의 블루는
고립이 아니라 휴식,
단절이 아니라 깊이.
무반응이 아니라
다시 나로 돌아오는 시간의 색.
이런 날이 있어줄 때,
더 오래 버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