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에 머문 시간

숨결이 닿은 풍경 | EP.21

by 마리엘 로즈


정원 한가운데
하얀 테이블과 조용한 의자.


나는 그 사이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시간을 마신다.


찻잔의 온기는
급하지 않고
손끝에 닿아
마음을 먼저 식힌다.


말을 고르지 않아도 되는 순간,


생각은 자연스럽게
잔 가장자리를 따라 흘러간다.


지나온 말들,
하지 않아도 되었던 말들
그리고
하지 않아서 남은 여백들.



꽃은 곁에 있지만
시선을 요구하지 않고,
나는 그 배려 속에서
비로소 나를 바라본다.


이 시간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도
무언가를 정리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가볍게 숨을 고르며
지금의 나를 놓아두는 일.


오늘 당신에게도
이 찻잔 같은 시간이 있기를...


아무 말 없이도 충분한
마음이 스스로를 다독이는 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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