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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강 진정한 권위가 필요하다

by 김용석

진정한 권위가 필요하다


교육자에게 가장 큰 유혹은 ‘권위를 갖고 싶은 마음’일지 모른다.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사회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 속에 교사의 권위를 당연시해왔다. 학생들은 교사를 존중하고, 교사는 존중받는 만큼 권위를 가지는 것이 사회적 질서처럼 여겨졌다. 이 권위적 태도는 산업화 시대와 같은 빠른 성장의 시기에는 교육과 학습의 속도를 높이는 데 적합했고, 나름의 성과도 거두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사회적 요인과 학생들의 가치관이 크게 변한 지금, 과거의 권위는 오히려 학생들을 위축시키며 교실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사의 권위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본질적으로 권위는 외부에서 강제로 부여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권위는 교사 스스로의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사랑과 성숙한 태도에서 비롯된다. 사랑이란 단순히 감정적인 호의가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깊은 마음이다. 학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들의 질문과 실수를 배움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바로 사랑에서 비롯된 권위다.


이러한 권위는 교사를 ‘심판자’의 자리에 두지 않는다. 오히려 교사는 학습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학생과 함께 탐구하고 성장하는 동료가 되어야 한다. 교사가 “이건 나도 잘 모르겠다. 우리 함께 찾아보자.”라는 말을 진심으로 건넬 때, 학생들은 비로소 안도하며 마음을 연다. 모른다는 사실을 솔직히 드러내는 용기,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학생과 함께 길을 찾아가는 태도야말로 교육자가 지녀야 할 권위의 새로운 모습이다. 반대로 모름을 숨기기 위해 학생을 억압하거나, 두려움으로 통제하려는 태도는 더 이상 권위가 될 수 없다. 그것은 단지 힘의 행사일 뿐이다.


진정한 권위는 강요로 얻어지지 않는다. 사회가 부여하는 외형적 권위는 시간이 지나며 힘을 잃지만, 교사의 사랑과 이해에서 흘러나오는 권위는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고 단단해진다. 학생들은 억압 속에서가 아니라, 존중과 신뢰 속에서 더 큰 배움을 경험한다. 교실이 심리적으로 안전한 공간이 되려면, 교사의 권위가 강제가 아닌 사랑으로부터 흘러나와야 한다.


교육자는 학생을 두려움 없이 질문할 수 있는 존재로, 실수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존재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럴 때 교실은 더 이상 경쟁과 압박의 공간이 아니라, 진정한 배움과 성찰이 이루어지는 공동체가 된다. 권위가 사랑에서 비롯될 때, 교실은 자연스럽게 심리적 안전을 회복하고, 학생들은 마음껏 배우고 탐구하며 성장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된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교육자가 회복해야 할 권위이며, 우리 교실이 다시 살아 숨 쉬는 배움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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