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
김천에서 김밥축제가 성황리에 열렸다고 한다. 김천과 김밥은 무슨 상관인가 싶었는데, 김밥천국을 줄인 유머가 김천 지역 축제로 이어지면서 성공을 거뒀다는 얘기다. 별다줄(별 걸 다 줄이는) 세상이다.
지역축제라고 하면 보령 머드축제가 먼저 생각난다. 함평 나비축제, 순천 정원축제,
홍천 빙어축제, 대관령 눈꽃축제 등 도시마다 특색 있는 축제가 열리고 있다.
내가 살던 동해안에는 양양의 연어송이 축제가 있다. 주문진에서는 장덕리의 복사꽃 축제가 화사한 봄맞이를 한다. 강릉에서는 11월 2일까지 나흘간 커피축제가 열렸다. 강릉 축제로는 단오제가 우선으로 꼽힌다. 돌아가신 외할머니는 단오제 구경은 빠짐없이 가셨고, 창포에 머리를 감고, 단오제에서 이불을 사셨던 기억이 난다.
지역 특산물이나 주요 인물과 연계한 각 지역 축제는 지역을 알리고 지역 경제를 살리고 지역 주민들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크고 작은 축제가 무수히 생겨나고 있다. 주민 자체적으로 소규모로 열리는 축제에서부터, 전국의 장사꾼들이 다 모이는 대규모 축제까지 다양하다.
TV에서 보는 양양의 앵두 축제는 이제 막 시작하는지 조철 하다. 지팡이에 의지한 할머니들의 윤기 없는 얼굴에 화색이 돈다. 참석자는 마을 어르신 몇 분과 마을 이장님, 주민센터 직원이 전부다. 장덕리 복사꽃 축제나 양양의 앵두 축제가 널리 알려지려면 어떤 이야기가 실려야 하지 않을까? 동화가 필요하다.
로마의 판테온에서는 5월의 어느 날, 천장의 뚫린 문 오큘러스에서 붉은 장미가 뿌려지는 축제가 열린다. 부활절로부터 50일째 되는 오순절에 이루어지는 행사다. 2026년 오순절은 5월 25일로 계산되니 이때에 맞춰 로마를 방문한다면 놓칠 수 없는 장관이다. 그러나 몰려들 인파를 고려해야 하니 많은 인내가 필요한 일이다.
이날은 예배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판테온 돔 위에서 소방관들이 오큘러스를 통해 붉은 장미꽃잎을 뿌린다고 한다. 붉은색 장미가 빛과 함께 섞여서 하늘에서 내려오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감동적이다.
8월 5일 하얀 꽃잎이 눈처럼 내리는 교회도 있다. 로마의 테르미니역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산타마리아 마조레 성당이 그곳이다.
한여름에 눈이 내리는 곳에 성당을 지으라는 계시로 지어진 이곳은 최초로 성모 마리아를 위해 봉헌된 교회이며, 교황청이 관리하는 로마 4대 교회 중 하나다. 올해 희년을 맞아 특별히 열리는 문에서 예수와 성모 마리아상의 환영을 받으며 입장한다. 청동상의 손은 방문객과의 악수로 반짝이는 금빛이 되었다.
이곳에는 예수가 탄생한 구유조각이 모셔져 있어서 많은 신자들이 기도를 올린다. 그리스에서 가져온 이오니아 양식의 36개 기둥 위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서 가져온 금으로 장식하고, 구약 이야기가 모자이크로 새겨져 있다. 성당 바닥에 모자이크 된 알파와 오메가 글자는 이곳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알려주는 듯하다. 성당의 뒷마당에는 이집트에서 실어온 오벨리스크가 버티고 있다.
보르게세와 결혼한 나폴레옹 황제의 여동생이 여기 묻혀있다. 보르게세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었던 바로크 시대의 천재 조각가 베르니니도 이곳에 묻혀있다. 우리가 로마에 머무르는 동안 선종하신 프란체스코 교황도 이곳에 묻히기를 원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가 고향인 그가 한여름에 내리는 하얀 눈꽃을 좋아했을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해본다.
곧 겨울이 오면 내가 사는 이곳에 눈이 내릴 것을 안다. 창밖으로 흰 눈이 나리고, 공원에는 하얗게 눈이 쌓일 것이다. 그리고 다시 봄이 오면 매화가 피고, 벚꽃도 개나리도 목련도 피어날 것이다.
살아있는 것이 축제다. 마음이 안정되면 멀리 가지 않고도 축포를 터트린다.
아이들이 와 함께 밥상에 마주 앉는 것도 내겐 잔치다.
2025. 11. 4.
날씨가 추워지니 늦게 일어나고, 더 오래 잔다. 생활 리듬이 한 템포 늦어지니 월요일 약속이 화요일로 미뤄지고 있다. 죄송.